빌렌도르프 비너스1
이 여인상은 석회암에 조각했다. 다른 돌에 견주어 좀 무른 석회암을 그보다 더 단단한 돌로 비비고 쪼아 조각한 것이다. 아마 석회암 돌에 물을 적셔 조각했을 것이다. 이 여인상은 구석기 시대에 조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석기 시대 유물인지 알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이 여인상이 파묻혀 있던 흙층(흙이 쌓여 있는 순서)을 분석하면 된다. 그 결과 기원전 2만 2000년 내지는 2만 4000년 전 구석기인이 조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선사 시대 유물을 발굴할 때는 그 유물이 파묻혀 있던 흙층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이 여인상을 보통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한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다.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름에 ‘빌렌도르프’가 붙는 것은 알겠는데, 왜 이 여인상을 ‘비너스’라고 하는지 말이다. 비너스(Venus)라면 보통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말한다. 그렇다면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좀 예뻐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 구석기인들은 이런 여자 모습을 아름답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조각상에 아름다움의 여신 이름 ‘비너스’를 붙인 것이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