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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영 영화읽기]‘블랙머니’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는 돈의 유혹
조대영
기사 게재일 : 2019-11-22 06:05:01
▲ 영화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은 올해 이른 넷이다. 또래의 감독들이 진즉에 영화현장을 떠난 것에 비하면 정 감독은 아직도 혈기왕성하다. ‘부러진 화살’(2011)과 ‘남영동 1985’(2012)만 보아도 그렇다. 그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카메라를 들었고, 시대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러니까 그의 최근 영화들은 관객의 사회적 의식을 자극하거나, 정의를 부르짖으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블랙머니’역시 그렇다. 영화는 IMF 이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바탕으로 극화했다. 그러니까 자산 가치 70조 은행이 1조 7000억 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 앞에 금융감독원과 탐욕스런 미국 자본, 거기에 기생하는 대형 로펌, 권력에 길들여진 검찰,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혀, 거대한 금융 비리를 공모했음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멀쩡한 은행이 헐값에 넘어간 금융 비리를 관객들에게 쉽게 설득시키는 것은 요원한 일일 수 있다. 더구나 영화적인 재미까지 담보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금융을 잘 모르는 관객을 유인하기 위해, 역시 금융을 잘 모르는 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극을 풀어간다. 그러니까 경제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양민혁(조진웅)을 따라가다 보면 막연한 정황이나 키워드로만 알고 있었던 경제 사건의 내막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양민혁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양민혁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진실을 좇는다. 그리고 거대한 세력 앞에서 기죽지 않고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며 불의에 맞선다. 그 과정에서 그가 권력집단에게 살해당할 위기를 겪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긴박감이 생겨난다.

 영화에서 가장 큰 악의 축은 ‘모피아’다. 모피아는 재경부 인사들이 퇴임 후에 정계나 금융권 등으로 진출해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경제 관료들이 외국 자본에 은행을 팔아먹고 자신들은 큰돈을 챙기는 것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들이 촘촘히 맺어진 돈과 권력의 끈으로 나라를 조종하고 있다는 것도 빠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 영화는 비리를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양민혁과 비리의 주범들인 모피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배치한다. 국제통상 전문변호사이자 스타펀드의 법률 자문인 김나리(이하늬)가 바로 그 인물이다. 김나리는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실리적이고 논리적인 인물이다. 이 인물을 쫓다보면 금융 상류층이 어떤 네트워크로 움직이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김나리는 양민혁이 진실을 파헤치고자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것을 지켜보다가 사건의 본질을 알고 갈등을 겪게 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김나리가 자신과 얽혀있는 이해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김나리가 사건의 실체를 까발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에 김나리가 입을 열지 않으면 자신에게 큰 이득이 되는 딜레마를 만들어놓고, 관객들로 하여금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러니까 ‘블랙머니’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자들의 금융자본주의가 우리를 어떻게 우롱하는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 말고도, 우리 안에 금융자본주의가 내면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그런 점에서 예의바르고 점잖은 어른인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돈을 밝히는 김나리의 아버지(남명렬)의 모습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블랙머니’는 모피아가 아닌 당신도 돈의 유혹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영화다.
조대영<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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