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춘기 청소년 자녀를 키우시는 부모님들의 요청으로 많은 부모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청소년기 자녀의 발달 특징에 대해 말씀을 들으신 부모님들께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녀에 대한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따뜻한 만남을 하였습니다. 그 중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별 어려움이 없던 어머님의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주말이면 각자의 집으로 귀가해야하는 친구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주고 친구들과 밀린 공부를 하기 위해 많은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온다고 했습니다. 물론 몇몇 부모님께서는 당신 아이도 챙기기 힘들 텐데 다른 집 아이들까지 여러명 오게 된다면 너무 할 일이 많을 텐데라며 염려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 친구의 부모님들과 안전이나 건강에 관한 소통이 전제 됐다면 부모님의 수고로움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녀의 주변인들까지 확대하는 더 큰 사랑이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한 젊은이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다가 맨발로 다니는 수많은 아이들을 보고 그 아이들을 돕고자 2006년 조그만 신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아르헨티나 등의 빈곤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나눠주는 일대일 기부 운동을 펼치게 됐습니다. 처음 이 신발회사의 기부 목표량은 200켤레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게 되면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에게 새 신발을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착한 소비자들은 창립 6개월만에 1만 켤레의 신발을 구입했습니다. 2013년 창립 8년만에는 1000만 켤레째의 신발을 선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고객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장애인, 미혼모,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 소외게층의 사람들에게 촬영권을 주는 사진관이 있습니다. 이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마음 편히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는 어느 장애인의 말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진관을 열게 됐다고 합니다. 누구라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쉽게 사진을 찍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도록 해주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이 사진관은 사진을 촬영하면 자신이 타인에게 사진 촬영권을 기부할 수 있다는 영업제도로 손님이 무척 많아졌다고 합니다. 같은 가격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객들을 오도록 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사진 촬영비 이외의 웃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진을 더 많이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고객도 생겼다고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께서는 미세먼지와 황사, 독감 바이러스에 대비하기 위하여 우리 아이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게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에게만 사랑을 표현한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사랑이 가득찬 세상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자녀 사랑의 범위를 조금 더 넓게, 멀리 확장해보신다면 분명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더욱 밝고 따뜻해질 것입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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