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가 사춘기를 지내는 동안에는 ‘왜 아이가 그리 거칠고 날카롭게 변했는지?’, ‘왜 묻는 말에 전혀 대답도 하지 않는지?’ 저는 아이에 대하여 궁금하고 걱정되는 일 투성이었습니다. 아이에 대하여 알아도 제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어서 못마땅한 마음으로 걱정만 가득, 또 모르면 궁금하여 염려가 가득했습니다. 그 무렵 제가 유아교육과 신입생이었을때부터 지금껏 늘 인생의 멘토가 되어주시는 교수님께 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우리가 염려하는 것보다 더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있어!”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바람이 지나갈 틈이 있어야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거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단 두 마디의 말씀을 믿고 격렬한 사춘기를 지내는 아이의 엄마로서 제 아이를 믿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부모님의 마음은 늘 안절부절, 자녀 걱정으로 가득합니다. 정년을 앞둔 50대 교장선생님의 퇴근이 늦다며 자녀를 염려하시는 80대의 어머님을 뵈었습니다. 정말 부모에게 자녀는 늘 염려의 대상이고 항상 행복하기를 바라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부모가 30대, 40대일 때와 같지만 90대 부모는 더 이상 자녀의 짐을 덜어줄 수 없습니다.
자녀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줄 수 있는 부모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녀에게 바람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우산을 펴달라고 부탁해야하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부모와 자녀의 역할이 변하였어도 부모-자녀 관계는 부모가 생존해있는 동안 지속되는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잠 들때까지 자녀의 손과 발이 되어 자녀를 돕고 있다면 이제는 자녀에게 작은 도움부터 청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자녀가 도움을 주면 부모님들은 “너는 공부만 하면 되는 거야, 나중에 크면 해.”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조차도 도움을 주려는 자녀에게 “힘든 일이니까 저리 가서 책만 보면 되는거야. 아빠가 다 해줄께”라고 말씀하셨다면 이제는 자녀가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고 자녀에게 부모님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앞으로 80대, 90대가 되어서 50대, 60대의 자녀를 키우지 않으려면 자녀가 성장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 곁에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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