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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무엇으로 물들었는가
물과 더불어<5>
기사 게재일 : 2018-12-26 06:05:01
▲ 오늘 하루의 시간이 그 손에 거짓없이 새겨졌다. 임실 덕치면 천담리 천담마을.
 ‘주전자에 물이 떨어지지 않게 잘 떠다 놓습니다.’
 어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적 받은 성적표의 행동발달사항에 그런 글귀가 써져 있었더란다.
 그때부터 그 아이는 언제 어디서나 ‘주전자에 물이 떨어지지 않게 잘 떠다 놓는 사람’이 되려 하였다.
 품이 들어가는 일, 생색도 안 나는 일, 하지만 그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일.
 마치 굳은 맹세나 한 것처럼 그런 일을 거듭하는 사이 그 아이는 목마를 때 꼭 그 자리에 있는 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시방 어느 시암가에서 길어올리는 물 한 방울을, 어느 텃밭을 어느 들녘을 적실 물 한 줄기를, 생각한다.
 메마른 자리를 희망으로 바꾸는 물의 행로에 깃든 몸공들이 거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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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가 그 손에 거짓없이 새겨졌다.

 생생한 합일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물들었다.

 종일 토란대 껍질 벗기고 가르는 일을 그치지 않아 초록으로 짙게 물든 할매의 손.

 “일할 때는 산더미여도 말려노문 째까여.”

 산더미 앞에 굴하지 않고, ‘째까’에도 허망해 하지 않는다.

 “그럴 줄 알고 하는 일이여.”

 갯바닥의 할매들이 흔히 하는 말씀은 “평생 깐 꿀껍데기로 산 하나는 쌓았을 거여.”

 시시때때로 뻘과 한통속이 되어 살아온 한생애들이다.

 굴하지 않는, 묵언정진. 그 뻘과 한몸 되어가는 만큼 다라이가 채워진다.

 “여그 바닥이 보물밭이여. 물 날 때 우르르 나가.”

 평생 뻘에 손발 담그고 살았지만 호미 들고 뻘바닥에 내려서면 반찬거리가 널려 있는 것이 내 복이구나 여겼노라는 할매.

 “손이 말해주제. 일했다고.”

 이제 막 갯바닥에서 나왔노라고, 온통 뻘로 물든 손.

 ‘물든다’는 것에는 느릿하고도 끈질긴 반복의 쌓임이 있다. 그리하여 투성이가 된다. 흙투성이, 뻘투성이.

 “인자 나 가고 나문 이 밭이 지심밭이 될 것이여.”

 부릴 수 있는 데까지 다 부리고 사그랑이가 된 몸뚱이를 끌고 밭에 나와 기다시피 호미질을 하고 있는 할매들.

 “앙거 있으문 풀이 불러.”

 산은 이 생애속에도 있노니, 고물고물 싸목싸목 평생 맨 풀을 한 곳에 모아 쌓는다면 산 하나를 이루고도 남을 것이라 하신다.

 “시집온 그 날부텀 눈 뜨고 나오문 흙사람이여. 잘 때나 흙 씻제.”

 씻지 않아도 이미 깨끗한 손들.

 오늘 내 손은 무엇을 만졌는가, 무엇으로 물들었는가.

 오늘 이 땅 위 누구의 이력이 이처럼 장중할까.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최성욱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손이 말해주제. 일했다고.” 광양 진월면 신아리 신답마을.
지금은 오돌개(오디)의 계절이라고, 그 손이 말해준다. 정읍 칠보면 백암리.
엎드린 시간만큼 그 뻘과 한몸되어 가고, 뻘로 물들고. 장흥 대덕면 옹암리.
“눈 뜨고 나오문 흙사람이여. 잘 때나 흙 씻제. 잘 때나 신선 되야.”
(뉴스검색제공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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