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세계교육포럼 거리전시회 후원을”

 멍하니 창밖이나 하늘을 보고 있으면, 시험에 나오지 않을 시나 소설을 읽으면 시간을 죽인다고 나무람을 들었다. 기계적으로 교과서를 베껴 쓰고 문제집을 풀어 채점하고 있으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칭찬을 들었다.

 

 더 많은 기회 위해 죽여야 하는 `현재’

 사는 데 쓸모가 없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관련이 없는데도 악착같이 공부해야 할 이유를 묻자 나중에 더 많은 기회를 열어두기 위함이라 했다. 그들은 그렇게 내 삶을 죽였다.

 학습시간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학생이 공부를 덜 하게 되는 것뿐만이 아니다. 학생 개개인의 삶이 학교와 입시경쟁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풀려나는 시간이 늘고 또 그 공간 안에서도 충분한 학습선택권과 휴식을 누리는 것이다.

 한눈팔 새 없이 몰아닥치는, 방대한 학습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할 시간을 얻는 것이다.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몰아넣어졌다는 이유로, 적응하기 위해 농담과 눈치로 엮어내야 하는 공허한 인간관계가 덜 중요해진다는 것. 교사와 선후배, 일진과 왕따로 구성되는 숨 막히는 수직적 관계에서 숨을 돌리고, 다른 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멀리 보아서는, 서로 책임지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모두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덜한 노동과 많이 한 노동을 임금으로나 사회적 지위로나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예술, 시민사회단체 활동, 가사노동, 학습노동을 하는 사람들도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으며, 그래서 각자가 다양한 삶을 상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같은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유 모를 공부를 굳이 몸을 학대하고 삶을 죽여가면서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과잉학습 실태, 묵살하지 않아야

 

 오는 1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세계교육포럼이 개최된다. 교육부와 정부가 지금의 한국 교육을 무려 `자랑’까지 하겠단다. 한국의 교육이라며 세계에 내보일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안 봐도 뻔하지 않은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온갖 인권침해와 과잉학습 실태는 가려 놓고, 삶을 빼앗기는 학생들의 모습을 열정에 의한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해 구경시킬 것이다. 이에 한국교육의 가려진 진실을 알리기 위해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등 일곱 개 단체가 `2015세계교육포럼 거리전시회-한국정부가 말하지 않는 진짜 한국교육’을 5월18부터 21일 4일간 진행한다.

 줄곧 시민사회단체의 청소년인권 보장 요구를 묵살해온 정부와 교육부가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15세계교육포럼 거리전시회를 후원해주세요! 주최 단체들의 분담만으로는 이젤·천막 등 장비 대여비, 팜플렛과 항의 버튼·엽서 등의 물품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이 절실해요! 소셜펀치 링크 : http://www.socialfunch.org/real-wef2015”

밀루



`밀루’님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광주지부에서 활동 중이며, 아수나로가 발행하는 청소년신문 `요즘것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지만 학교는다니지 않고, 가족과 따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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