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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미생과 함께 한 2018년
돌을 잃어도 게임은 계속됩니다
도연
기사 게재일 : 2018-12-05 06:05:01
 # 1-동기는 스스로 성취하세요.

 “남들한테 보이는 건 상관없어요. 화려하진 않아도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린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떻게 지나갔나 싶은 2018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설래임과 부담감이 뒤섞인 학교생활, 의욕과 부담감이 뒤범벅된 단체 활동, 떨림과 초조함이 수없이 교차하는 관계들까지… 올해는 정말 개인적으로 큰일들이 많은 한해였습니다. 다 끝난 드라마 ‘미생’을 반복하며 돌려보게 된 것은 장그래 같은 차분함을 갖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공부도 활동도 올해 초에 생각한 것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물론 부담스러울 것이고 힘이 들 거라 예상 못 한 건 아니었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과 현실은 많이 달랐습니다. 그저 열심히 하면 되리라 생각했던 공부는 갑자기 튀어나온 수학과 눈으로 보며 따라가야 하는 프로그램 사용 수업 앞에 휘청였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이 많은 단체 활동 역시나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하면 되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혼자’라는 부담감이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공부하며 활동한다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을 할 일을 알고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여실히 실감했습니다.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야 할 ‘동기’가 필요했기 때문일까요? 이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 2-어떻게든 버텨봐라.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

 인턴 생활을 마치고 계약직으로 입사한 장그래에게 오 과장이 옥상에서 건넨 말입니다. 20대에 만났던 어느 선배가 제게 해준 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휘청거리는 지금의 제게 다른 지역에서 묵묵히 버티며 활동하는 선배가 툭~ 던지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학교 다니는 게 힘들고 불안정하게 살기도 쉽지 않다고 툴툴거리고 싶다가도 미생의 오 과장 같은 선배들이 떠오르면, 그저 아련하게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버텨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어쩌면 불안이 공기처럼 떠도는 요즘 같은 때 모두에게 울림이 있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3-언제부터 순간을 잃은 겁니까?

 “순간순간의 성실한 최선이 반집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순간을 놓친다는 건 전체를 잃고 패배하는 걸 의미한다. 당신은 언제부터 순간을 잃게 된 겁니까?”

 개인 비리로 퇴사하는 박 과장이 회사를 떠나는 장면과 함께 흐르는 독백입니다. 그 어느 해보다 순간을 많이 놓치고 그 놓친 순간들 때문에 자책하며 보낸 한 해라 장그래가 꼭 제게 던지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혼자서 하기 어렵고 단번에 하기도 어려운 일들을 붙들고 압박감만 실컷 느끼며 시간만 흘려보내다가 죽도 밥도 안 되게 만들던, 매 순간 할 수 있거나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들을 뒤로 미루며 상황을 더 좋지 않게 만들었던 제게 던지는 말 같았습니다.
 
 # 4-돌을 잃어도 게임은 계속됩니다.

 “돌을 잃어도 게임은 계속됩니다. 한석율 씨.”

 못된 상사 밑에서 너덜너덜해진 한석율이 고통을 견디는 방법으로 택한 침묵을 마주하며 장그래가 속으로 건넨 말입니다. 바둑을 둔 적은 없지만 한판의 바둑에 수많은 돌이 놓인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놓인 돌 중 적지 않은 수가 죽은 돌이 된다는, 그러면서도 바둑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겠지요.

 10월, 일과 공부가 한꺼번에 몰려 자존감이 곤두박질치고 있을 때 비슷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들었는지 아니면 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그만큼 그때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거 하나 안 된다고 망하는 거 아니다.’

 짧게 정리하면 이런 말이었던 듯합니다. 정말 들은 것인지 아니면 생각한 것인지 무지 헷갈리네요……. 하지만, 그 때문에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겠죠.

 올해도 12월까지 인연 지면을 채우며 보냈습니다. 올해도 부족한 글을 담을 수 있게 지면을 빌렸습니다. 매일 쓰는 일기와 한 달에 한 번 꼴로 쓰는 인연에 실을 글처럼 2019년에는 좀 더 성실하게 보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좀 더 고민하고 잘 정리해서 장애 인권에 관한 생각들을 여러분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도록….

 그래서 내년엔 오 과장이 장그래에게 건넨 이런 말을 들으며 12월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더할 나위 없었다. YES!”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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