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흥 장재도.
 <하면 된다 인자무적과 함께/ 범선들 어디로 떠 갔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와 함께/ 푸시킨과 함께/ 희수 아버진 어디 가사나/ 이발소 닫아걸고 고깃밸 탔나/ 이발소 집어치우고 수리울 갔나>
 (윤제림, ‘읍내 이발소’ 중)

 오래된 이발소의 문을 열면 만나는 풍경들. 이발소 아재의 바리깡 아래 머리를 밀던 소년들은 그리하여 물레방아 도는 고향 마을을 떠나 범선에 돛을 올리고 인자(仁者)는 무적이니 하면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렇게 이발소 액자를 종합한 말씀을 살아내고 있을 터이다.

 이발소에 물레방아와 푸시킨이 있다면, 집집이 마루에 걸린 시계의 짝꿍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압도적이다.

 여수 소리도 어느 댁의 시계 곁에는 ‘가화만사성’과 더불어 새로 써붙인 ‘입춘대길’이 양명하였다. 장흥 장재도에선 용맹한 호랑이와 ‘가화만사성’을 양쪽에 거느린 시계를 보았다.

 “여그 섬 뺑뺑 돌아서 가상 전부가 다 반지락밭이여.”

 ‘진달래와 벚꽃이 필 때부터 질 때까지’ 반지락은 궁극의 맛에 달하고 갯바닥을 곁에 둔 사람들은 뻘투성이로 고생을 감내하여야 했다.

 “글도 툭 터진 디서 산께 좋소. 우리는 만날 저 바다를 보고 산께 바다맹키로 속을 널룹게 열고 살아. 쫍짱하니 오믈씨고는 못 살아.”

 쫍짱허니 오믈씬 그 맘에서 불화가 생겨나는 것임을 가르쳐준 김철동 할아버지의 어록이다.

 영광 묘량면 장동마을 조순금(78) 할매 댁에도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는 듯 시계 곁에 ‘家和萬事成’이 걸려 있다.

 “내가 젤로 몬자 달았어.”

 ‘젤로 몬자’라는 대목에 힘이 한껏 실린다. 시계 이야기다.

 “내가 요놈을 사다가 마루 위에 딱 걸어논께 온 동네가 나를 보고 싸악 사다가 걸어놨당께.”

 할매는 이 동네 라이프 스타일의 ‘트렌드세터’였던 셈.

 “마당에서 일하고 텃밭에서 일할 직에 요놈 쳐다보문 일하다가도 시간을 안께 핀하제. 밥때가 지났다 허고 어서 일을 허제.”

 노상 밥때가 지나서야 허리를 들어 쳐다보던 시계.

 “내야 몸 한나 써서 여럿이 핀허문 좋다 그 정신이여.”

 어쩌면 집집이 ‘가화만사성’은 ‘내야 몸 한나’를 헌신한 어매의 그 마음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니.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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