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감수 병원따라 100만원차

▲ `불법’이라는 위험을 시술비에 포함, 병원마다 낙태 시술비용이 최대 10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위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김태성 기자 hancut@gjdream.com
 “아무리 낙태가 불법이라고 하지만 병원마다 시술비가 최대 100만원까지 차이가 납니다. 이럴수가 있습니까?”
 가출한 1989년생 딸을 찾은 것이 지난 7일. ㅂ(43)씨는 딸이 임신 16주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어처구니가 없었다. 딸의 남자친구도 `책임’을 회피, 인공임신중절(낙태)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ㅂ씨는 광주시내 산부인과에 문의를 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산부인과마다 시술비용이 200만원, 130만원, 90만원으로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ㅂ씨는 결국 가장 비용이 싼 북구 한 병원에서 딸이 낙태 수술을 받도록 했다.
 이처럼 산부인과마다 낙태 시술비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낙태 자체가 불법이며 따라서 일종의 위험 부담에 따라 의사들이 임의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모자보건법상 낙태가 가능한 경우는 성폭력 등에 따른 임신, 유전질환 병력 소유자 등 5가지로 한정돼 있으며 그 외에는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광주지역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산부인과에서는 확인없이 암암리에 모두 낙태수술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유흥업소 종사자 여성이나 미성년자들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낙태 시술만하는 산부인과가 영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 ㅇ씨는 “모든 낙태는 불법인데,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따로 어떻게 돈을 받아야되는지 의사도 모르고, 다만 불법이라는 위험을 시술비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가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시술비가 다른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교적 시술이 쉬운 10주 내외는 23만~25만원 수준으로 일정하지만 시술이 까다롭고 치료기간이 긴 3개월 이상일 때는 산부인과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임신 5개월의 경우 광산구 한 병원은 200만원, 동구 한 병원은 160만원, 서구 한 병원은 120만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처럼 낙태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으나 법으로만 이를 제한해 놓았을 뿐 현실에서는 아무런 제재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낙태 문제의 경우 딱히 우리도 뭐라고 말 할 형편이 아니다”며 “문제점은 분명히 있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방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광주시 등 행정기관들의 입장도 비슷했다.
 낙태 문제를 모두가 `뜨거운 감자’라고 외면하고 있는 동안 그 시술을 받아야만하는 여성들은 범법자가 되고, 부적절한 처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윤현석 기자 chadol@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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