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가물 빼고, 제빵 과정 담은 ‘대안적 빵’ 판매
영화 상영·강연, 밥 같이 먹기 등 사랑방 역할도

▲ 대안적인 빵, 대안적인 삶을 굽는 빵집 ‘빵과장미’의 빵들. 우리밀 천연발효로 만든다.
 “우리밀을 재배한 농부님들의 이야기, 땅과의 연결. 그런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하는 빵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1913송정역시장에서 멀지 않은 골목길, 대안적인 빵, 대안적인 삶을 꿈꾼다는 동네빵집이 있다. 베이커리 ‘빵과장미(광산구 상도산길 54)’다.

 줄여서 ‘빵장’으로 불리는 이곳을 운영하는 건 수민 씨와 미주 씨, 두 청년이다.

 이들이 빵집을 하게 된 건 “뭔가 성취 없이 소모되기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도저히 “나의 부족한 부분을 노력해서 채우고 성장할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는 것.

 수민 씨는 2018년부터 경기도 양평에서 우리밀 천연발효 빵만들기 교육을 받고, 지난해엔 서울에 있는 한 ‘빵 선생님’으로부터 가게 일을 배웠다. 미주 씨는 빵집을 함께 해보자는 수민 씨의 제안으로 대구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광주로 왔다.

 이공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지원 등을 통해 지난해 11월 마침내 ‘빵과장미’를 열었다. 수민 씨는 빵을 굽고, 미주 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응대한다.

 “직접 맛난 빵을 만들고자 시작한 작은 빵 프로젝트. 고마운 사람들의 힘을 합쳐 싸목싸목 꿈꾸던 빵집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대안적인 빵, 대안적인 삶을 굽는 빵집 ‘빵과장미’. 1913송정역시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여성 참정권 시위 구호서 이름 따

 ‘빵과장미’는 1908년 여성 참정권 시위 구호인 “모든 이에게 빵을, 그리고 장미도”에서 따온 것이다.

 “빵이 생존이라면 장미는 아름다운 삶, 인간다운 삶을 의미하잖아요. 우리 빵집도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빵(생존, 끼니)’을 해결하면서 ‘장미(아름다운 삶이란 의미)’라는 것도 함께 담는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

 디저트보단 밥처럼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빵을 만들기로 한 이유다.

 깜빠뉴, 치아바타, 단호박 식빵, 통곡물빵, 무화과오랑쥬, 손반죽 바게트, 치즈바게트 등이 대표 메뉴.

 “이전에 독일에 가서 1년 동안 어학연수를 했는데 거기선 밥으로 빵을 먹었어요. 처음에는 밥을 먹어야 밥 같았는데, 점차 빵으로 식사를 하는게 실용적이고 간편하기도 하고 장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선 삼각김밥, 컵라면 같은 편의점 음식을 먹고. 독일에선 저렴하게 건강한 식재료로 든든하게 먹는데 여기선 왜 안 될까 이런 불만이 생기면서 유럽에서 먹었던 천연발효빵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수민 씨의 말이다.

 ‘빵과장미’가 내놓는 빵들은 ‘얼굴을 아는’ 농부가 직접 재배한 우리밀을 가지고 자연발효시켜 만든 것들이다. 설탕이나 버터, 우유, 계란은 물론 화학첨가물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12시간 저온 발효 ‘노력과 정성’

 “기존에 간식으로 즐겨 먹는 빵은 버터나 설탕, 계란, 우유가 들어가는데 빵과장미의 빵들은 물, 밀가루, 효모, 소금만 들어가서 질리지 않고 담백하게 오래 즐기면서 먹을 수 있어요. 소화도 잘 되구요.”

 ‘빵과장미’의 빵들은 이 말처럼 화려함 대신 정직함, 건강을 담아 만든다.
가지런히 진열된 ‘빵과장미’의 빵들.

 그만큼 빵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노력과 정성도 상당하다.

 반죽은 전날에 만들어 무려 12시간 저온 발효를 거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 번 발효가 끝나면 다음 날 새벽 2차 발효를 한 뒤에야 빵을 굽는다.

 “조금 느리고 촌스럽더라도 빵과장미만의 리듬으로 꾸밈 없는 빵을 만드는 것이죠.” 수민 씨가 말하는 ‘빵과장미’만의 빵굽는 비법이다.

 빵을 판매하고 가게를 운영하면서는 환경을 생각해 필요없는 일회용품 사용과 쓰레기 배출도 최소화하려 애쓰고 있다.

 ‘빵과장미’가 추구하는 대안적인 빵이란 이처럼 단순히 ‘다른 빵’을 넘어서 빵을 만드는데 들어간 모든 노력과 과정을 담아내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 음식이 식탁에 올려졌을 때의 과정이 너무 쉽게 삭제되잖아요. 이게 밭에서 온 음식이란 걸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고 사는데 우리의 빵을 통해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말처럼 빵집 공간은 사랑방 역할도 한다. 영화 상영회나 강연은 물론 여럿이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고 대화도 나누며 채워가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

 지난해 12월에는 다큐 ‘자연농’을 상영회를 열어 다큐를 촬영한 패트릭 라이든, 강수희 씨도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1월에는 켄로치의 ‘빵과장미’ 영화를 함께 보고, 영화평론가 정형철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대안적인 빵, 대안적인 삶을 굽는 빵집 ‘빵과장미’의 미주 씨와 수민 씨(왼쪽부터).
 
▲‘아름다운 삶을 위한 투쟁’

 비건빵식탁, 떡국파티, 비건만두 빚어 먹기 등도 진행하고 있다.

 ‘빵과장미’가 마련한 다양한 모임과 행사들은 서로 잘 몰랐던 주민과 청년들이 만나고 가까워지는 계기도 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장미’, 즉 아름다운 삶이란 우정으로 연결된 친구들과 무언가를 함께하는 시간들인 것 같아요. 추구하는 가치와 관한 영화도 보고, 강연도 듣고, 밥도 같이 먹고.”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빵과장미’는 앞으로도 많은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홈베이커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나 빵 소비자들에게 우리밀을 재배하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빵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당근 샐러드, 사과잼 등도 준비하고 있다.

 수민 씨와 미주 씨는 이러한 일들 역시 ‘빵과장미’에 담긴 ‘아름다운 삶을 위한 투쟁’과 같다고 했다.

 “장미는 거저 주워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삶을 얻기 위한 투쟁처럼 우리가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 또한 우리만의 ‘장미’를 만들기 위한 투쟁이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는 이 빵집을 통해 이런 삶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남들과는 다른 삶을 선택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 우리의 삶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구요.”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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