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 함께 생각하기](37)동학 정신에 깃든 사회적 경제
폐정개혁안서 ‘토지 상품화’ 배격

동학 폐정개혁안 12조는 ‘토지는 평균하여 분작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픽사베이 이미지
동학 폐정개혁안 12조는 ‘토지는 평균하여 분작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픽사베이 이미지

.농촌은 붕괴 직전의 해체 단계로 농촌을 찾아도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예전 농사가 일상적인 경우엔 모든 것이 농사주기에 맞추어 진행되기에 그 자연순환 흐름이 실제로 감지될 수 있었다. 최근 도시농업 등 농사에 대한 관심들은 높아가고 있다. 다만 생계의 방편인 살림살이가 아닌 건강 등 기호로서 일부 사람들에 의한 관심 사항으로 이전 세대처럼 경제생활에 주요한 활동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 경제의 핵심은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로서 살림의 충족을 어떤 방식으로 지속시키어 왔는가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주로 학문적인 체계로서 그 출발이 20세기 중반기에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그 중심인물이 칼 폴라니라는 경제 인류학자이다. 

사실 그는 사회적 경제의 이론적인 내용들을 초기에 정립도 하였지만 기존의 문화인류학으로부터 경제인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한 실천적인 학자이다. 

한국 등 동양에서도 사회적경 제나 경제인류학의 내용들을 경제사적인 관점에서는 발견해 볼 수는 있다. 다만 동양에서는 이를 체계적 얼개로서 구체화하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1894년 갑오 동학농민혁명에서 내세운 폐정개혁안 등에도 사회적 경제의 요소는 포함되어 있다. 

폐정개혁안 마지막 부분에 있는 아래 예시된 11조와 12조는 그런 면에서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 

11조 ‘공사채를 물론하고 기왕의 것을 무효로 한다.’
12조 ‘토지는 평균하여 분작한다.’

봉건 타파에만 초점…사회적경제 고찰 소홀

토지를 평균하여 나누어 경작한다는 것은 칼 폴라니가 주창한 사회적 경제의 핵심 주장으로서 토지, 노동, 화폐의 시장을 통한 상품화를 하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토지의 상품화의 배격은 당시엔 이들 농민들을 제도로서 노예화하는 공사채의 부채증서의 백지화를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많은 부작용들은 자연으로서 토지 등의 상품화를 통한 재산증식으로서 본래의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도 미국에서 나타나 전 지구적으로 확산한 경제위기도 사실은 그 형태는 한국의 동학이 창궐한 시기의 내용과는 약간 다르지만 사회적 경제의 관점에서 상품화하지 않을 화폐성격의 파생상품의 상품화가 초래한 비극이었던 것이다. 

동학의 ‘사람이 곧 하늘이다’ 라는 인내천(人乃天)사상이 신분, 계급 등의 철폐로서 강조되어 평가되고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사회적 경제의 내용들도 중요하게 포함한 것이다. 다만 후세 사람들이 경제적인 측면의 고찰을 소홀히 하여 신분제도 타파만 강조하는 걸로 오인되고 있다.

한창 동학이 한창 융성할 때에 조선의 1/3 이상 백성들이 농학교도로서 그리고 대부분의 동학의 주장에 적극 공감하였다. 

동학에 가입하면 굶주리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조선 전역에 전파되면서 동학교도로 앞다투어 입교한 것이다. 사실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신사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짚신을 만들고 짚이 없으면 완성된 짚신을 풀어 다시 짚신을 꼬는 등 경제활동으로서 노동 자체를 삶과 일치시킨 것이다.

종교로서 현도 시대를 열었던 3대 교주 의암 손병희 성사도 관군과 왜군에 의해 붕괴되었던 동학 세력을 부활하기 위하여 분주히 활동하였다. 쉴새 없이 일상적인 활동으로 일을 노동을 자신의 삶으로 내면화하였다. 이들 동학인들에겐 노동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아닌 자신의 살림살이로서 삶과 직접 연결된 일상이었다. 

1919년 3·1운동의 거사에 필요한 자금도 사실은 당시엔 동학이 종교로서 현도되어 천도교인이 거의 부담을 하였고 이러한 독립운동을 대중화하기 위하여 불교, 유교, 기독교 등을 적극 결합 시킨 것이다. 청주에서 베틀을 짜는 한 동학교도의 며느리를 한울님이라고 높이 평가한 해월 신사의 설법에서 근세 한국 사회에서의 사회적 경제는 동학교도들을 중심을 이미 일상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는 상호부조, 호혜거래를 통하여 경제적으로 곤궁한 이웃을 챙긴다. 동학에서도 기존 유교방식에 의한 제사가 형식에 치중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어서 이를 항아설위(向我設位)로 바꾸어 조상을 모신 것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존 벽을 향해 죽은 조상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현재 살아있는 사람 중심으로 조상을 정중히 모신 것이다. 그 차림상도 정결한 물 등 처지에 맞게 행하게 함으로써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 대해 제사 제도의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해결한 것이다. 

교도에에 노동은 “삶과 직결된 일상”
상호부조는 물질만 그 대상이 아니라 제도의 개선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동학의 혁명적인 제도개선들은 사실 당시 희망이 없고 탐관오리들의 수탈에 의해 경제적인 핍박에 처한 가난한 농민들에게 큰 용기와 자신들 스스로가 바꾸어야 할 세상의 주인으로서 인식을 새롭게 갖게 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구성비가 OECD 국가에서 으뜸이라는 통계자료들을 일상으로 접하고 있다. 성공은 고사하고 유지조차도 힘든 게 현 한국사회의 자영업자들의 현황이다. 그럼에도 청년 등 경제활동인구의 탈출구로서 자영업 창업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정부관련 기관에서 권유를 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경제의 기본원칙에도 크게 어긋난 정책이다. 자칫 동학시기의 조정의 관료들처럼 그들만을 위한 행정일 수도 있다. 동학의 시대에도 관료들은 그들의 비행을 반성하기는 보다 동학교도들의 재산을 탈취하는 데에 혈안이 되었다. 

오늘날의 경우에도 이는 흡사하다. 사회경제적인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필요함에도 극소수의 기득계층에 부(富)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동학혁명 정신에 걸맞는 나눔, 배려 그리고 모심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적인 사회적 경제의 내용들이 가치관 등 혼돈의 요즘 사회에 올바르게 현장에서 적용되기를 촛불 시민혁명의 기대로 집권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재차 기대를 해 본다.

이무성(사회적 경제 교수연구자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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