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기억포럼 진태원 교수 `5·18과 불화’ 강연
“5·18 레드 콤플렉스 극복 못하고 오히려 배제”

지난 23일 오후 5·18기념재단에서 열린 오월기억포럼에서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교수가 
지난 23일 오후 5·18기념재단에서 열린 오월기억포럼에서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교수가 주제강의를 하고 있다.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교수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의 시점에서 5·18의 현재는 어떤 것인지, 여전히 불화의 힘으로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 이미 불화의 불씨가 수그러든 채 모종의 성역이 된 것은 아닌지 질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지난 23일 오후 5·18기념재단에서 열린 오월기억포럼에서 `5·18과 불화하기’ 주제 강의를 통해 “5·18이 5·18로서 남아 있기 위해 또는 영속적인 불화의 힘으로서 작용하기 위해 우리가 5·18에서 배우고 교훈을 이끌어내고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확장해가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국가폭력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다. 따라서 5·18은 국가폭력 자체 및 개념과 불화하고 있다”며 “`국가폭력’이라는 단순한 용어만으로는 왜 그것이 5·18을 예외적인 사건으로 만드는 것인지 충분히 해명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5·18은 공수부대가 광주시민들을 순순히 굴종해서 물러나게 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가혹한 고문을 수반하는 폭력, 삶을 죽음보다 더 나쁜 것으로 만드는 폭력의 성격도 띠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내면이 파괴되어버리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며 “이것은 극단적 폭력에 대한 불화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와의 불화 중 `공통적인 것의 나눔 대 빨갱이’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본능적인 충동과 이성적인 판단 사이에 존재하는 이 공통적인 것의 나눔이 극단적인 폭력에 맞서 광주 및 전라도 시민들이 연대를 펼칠 수 있었던 마음의 힘이었다”며 “하지만 `빨갱이’는 궁극적인 배제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거부 반응은 운동 주체들 사이에서도 나타나서 수습파는 강경파를 향해 빨갱이 아니냐고 몰아붙여 무력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있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18은 빨갱이를 마음의 공동체에서 배제했으며, 극단적 폭력의 대상이 되어도 무방하다고 간주했다”면서 “5·18은 빨갱이에 대한 거부 반응인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했지만, 오히려 저항의 연대는 빨갱이에 대한 배제를 전제로 형성됐다. 항쟁 공동체 내부에서 이미 빨갱이에 대한 배제가 존재한 결과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국가권력을 통한 인정과 승인의 전제는 국가폭력의 수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한 폭력은 국가폭력을 은폐하거나 정당화하기, 5·18에 관한 기억을 독점하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의 기준을 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해 자신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지 스스로 입증하도록 요구한다”며 “이것은 불가피하게 당사자와 비당사자, 애도할 만한 이들과 애도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로 나누게 되며, 전자는 통합하고 후자는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단적인 예로 `여성’을 꼽았다.

 진 교수는 “여성들은 항쟁의 주요 당사자였던 시민군이 아니었으며, 도청 사수의 영웅들에 포함되지도 못했다”며 “그들은 정성껏 시체를 닦아서 시민장을 치르게 하고 밤을 만들고 여러 가지 `돌봄 노동’을 수행했지만, 그것은 항쟁의 당사자 자격으로 표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포스트 5·18’의 문제도 강조했다.

 그는 “5·18을 직접 체험하거나 자기와 동시대, 동세대의 일로 경험하지 않은 세대, 비체험세대에게는 5·18이 그 이전 세대와 동일한 방식으로 경험될 수 없고, 동일한 의미로 재현될 수 없다. 비체험세대에게 5·18은 교과서·영화·웹툰 등으로만 접하는 사건이다”며 “하지만 `자신의 일상과 큰 관련성이 없는 사건’으로 인식하며, 무관심하게 된다.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5·18의 명칭들이 더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민주화운동이라는 개념을 좀 더 심층적으로 개조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의미로 이해하면 민주화운동은 이미 종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반면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을 비폭력의 윤리라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폭력 그 자체에 맞서기 위한 지속적인 연대의 구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끝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서 5·18은 무엇보다 불화의 정신이다. 군사독재와 타협하지 않고 온갖 종류의 지배와 차별, 배제에 저항하는 불화의 힘이 바로 5·18을 한국 민주주의의 토대로 만들었다”며 “5·18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웅 기자 nicev@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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