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 매듭 & 고리](7)광주 방학 중 무상급식 불가
이정선 교육감 공약사항 협의체 부재로 난항
내년도 본예산 관련 예산 편성도 안해 포기

광주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급식을 먹고 있는 모습. 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급식을 먹고 있는 모습. 광주드림 자료사진.

2022년이 저물어갑니다. 본보는 한 해 동안 지역민과 밀접한 생활 속에서 벌어진 이슈 현장을 재점검합니다. 본보 등 언론을 통해 제기된 문제가 해답을 찾았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갈피 잡지 못하고 표류 중일까요? 매듭지어진 건 성과를 기록하고, 고리처럼 이어진 현안은 이후로도 계속 주시하겠다는 의지의 일단입니다. (편집자주)

 지난 6월 여름방학 무렵 이정선 교육감의 취임 직후 핵심 공약으로 추진한 방학 기간 초등 돌봄 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학 중 무상급식’. 이는 돌봄 사각지대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학부모들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급식 현장에 있는 노조와 급식 종사자들의 ‘협의 없는 진행’, ‘업무 과중’ 등의 이유로 극심한 반대에 결국 무산돼 다음을 기약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본보는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10여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다가오는 겨울방학, 현재 이 문제는 해결책을 찾았는지 본보가 점검해본 결과 현재 협의체 구성 실패로 이번 겨울방학에도 무상급식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광주시교육청은 2023년도 본예산에도 방학 중 무상급식과 관련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내년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학 중 무상급식은 이정선 교육감의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가시화됐다. 이 교육감은 인수위를 꾸려 ‘전국 첫 사례’로 아이들에게 방학 중 무상 급식을 추진했다.

 당시 광주시교육감직인수위 ‘방학 중 학생급식 TF’는 학교 전체 기준으로 돌봄교실 6000명, 방과 후 학교 참여자 2만 명 가량을 고려해 방학 중 무상급식 대상을 2만 6000명으로 추산하고, 예산은 한 달 기준으로 23억 원을 예측했다.

 이에 우선적으로 광주지역 전체 초등 1, 2학년 돌봄 학생과 유치원 방과후 과정 원생 등 1만여 명에게 제공으로 선회했다.

 이에 대해 맞벌이 가정 학부모들은 환영 분위기였으나, 급식 현장에서 근무하는 조리 실무사들 입장은 달랐다. “근로 조건에 대한 협의가 우선인데, 협의 없는 일방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측은 당시 “시교육청은 방학 중 급식 지원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의견을 듣는 등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고려하지 않고 교육감의 공약만 밀어붙이고 있다. 해당 노동자들과 상의도 일절 없이 결정 후 따르라고만 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이어 “노동의 주체인 노동조합과는 아무런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공문 시행”이라면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주 5일제를 넘어 주 4일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교육청은 노동시간을 늘리고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는 공문을 일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여러 번 입장을 밝혔으나 어떤 협의도 없이 일방 통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광주교사노조 또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체는 “방학 중 급식은 현실적으로 위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작년과 다를 바 없다”면서 “취임 직후 얼렁뚱땅 시행하려는 방학 중 급식 정책에 우려가 크며, 학생들의 방학을 앗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현장 실무자·교육 단체들과 소통 부족으로 차질을 빚자, 시교육청은 여름방학을 앞둔 지난 7월 직영급식을 신청한 학교에만 무상급식을 제공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 이에 광주 150개 초등학교 중 광주교대부설초등학교 단 1곳과 유치원 10곳만이 신청했다.

 방학 중 근로에 동의하며 직영 급식을 희망한 11곳은 지난 여름방학 시범 운영을 시행했으며, 직영급식을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학교와 유치원은 기존 방식대로 위탁급식·도시락 등으로 운영하고 비용 또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학부모가 부담해야 했다.

 학교급식 종사자들은 ‘급식실 환경 및 업무 부담’, ‘식중독 우려’등을 이유로 직영급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정선 교육감이 취임 직후 추진했던 방학 중 무상급식은 지난 여름방학부터 무산된 것이다.

 기대했던 학부모들은 오락가락 교육행정에 불만을 표했으며, 다음 방학을 기대해야만 했다.

 하지만 겨울방학을 앞둔 연말, 방학 중 무상급식은 여전히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목이 잡혀 있다. 내년도 본예산에도 이와 관련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아 기약할 수 없다.

 광주시교육청 재정복지과 급식팀 관계자는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방학 중 무상급식은 아직까지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이번 겨울방학도 운영이 어렵게 됐다”면서 “방학 중 학교 급식을 운영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영양사와 영양교사가 근무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조리 종사자분들의 근무도 중요한데, 종사자 노조 측에서는 방학 중 근로를 통해 근무일수를 확보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건강상·안전 상 등 이유로 문제점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최소한 이 두 가지 여건이 마련돼야 진행할 수 있는데,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여건 마련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여름방학 방학 중 무상급식 시행을 반대했던 노조 측의 입장 또한 그때와 변함이 없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들의 입장은 지난 여름과 마찬가지로 ‘협의’가 필요하다는 데 변함이 없다”면서 “이번 겨울방학에는 교육청이 협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협의점을 찾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학 중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방학 동안 안전한 학교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학생들 끼니를 해결해 준다는 취지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시교육청은 방학 중 무상급식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고형준 활동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교육감의 공약사항인 만큼 시교육청 실무는 책임 의지를 가져야 하나 현재는 ‘겉따로 속따로’인 느낌이다”면서 “노조나 관련 종사자들의 반대 의견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협상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공약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논의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관심 있는 수요층이 있으니 의중을 들어볼 필요가 있으나 시교육청은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서 “시민단체 정보공개를 통해 ‘방학 중 무상급식이 만족도가 높다’라고 확인된 바 있다. 시교육청은 공약사항의 필요성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으나 이런 노력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관련 예산조차도 책정하지 않았으며 TF 구성 이후 회의조차 개최하지 않은 것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 봤을 때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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