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지방재정교육교부금’ 개편 논란

 지난 6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함께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교육교부금제도 개편 추진을 밝혔다. 개편의 주요 방향은 지방재정교육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에 의무적으로 반영되는 연동구조를 폐지하거나, 유·초·중·고교 교육에 쓰이는 비용을 고등교육까지 포함해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베이비붐’으로 학생 수가 빠르게 늘던 시기에 초·중등 교육의 안정적 재원 마련을 위해 내국세 연동을 담아 1972년 1월 제정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가 연동되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 국세 수입도 늘어나고 교육교부금도 자동으로 올라가게 돼 있어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늘면 교육교부금도 자동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교육교부금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정부 추산으로 2013년 예산안 기준 유·초·중등 교육 투자 예산은 82조 40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고등 교육 관련 예산은 12조3000억 원 수준으로 교육재정 투자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학을 포함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다시 도마에 오른 교육교부금

 교육교부금은 17개 시·도교육청 예산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재원이다. 교육교부금은 전국 초·중·고 교사에게 월급을 주고 학교 용지 매입비, 건물 공사비, 공공요금 등 각종 학교 운영비를 충당하는 데 사용된다.

 현재의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개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기재부를 중심으로 학생수 감소와 재정의 효율성이라는 현상에만 집중해 제도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면 문제다. 당장에는 여론의 지지를 얻겠지만,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양질의 교육은 길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재정여력을 불편하게만 볼 문제가 아니다, 단적인 예로 현재의 학생 1명은 과거의 학생 1명과는 다르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미래 사회에서는 생산 연령 인구의 부양비 증가량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적 자본 투자의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양질의 교육서비스 제공이 더욱 절심함을 의미한다.

 시·도교육청과 교육단체는 “교육교부금 개편 시 유·초·중·고교 교육 재정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도 초·중등 예산을 떼어내어 고등교육 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식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 이라고 지적하며, 별도 재원을 마련해 정부가 고등교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학이 직면한 우리나라 고등교육 환경 또한 녹록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30위, 대학교육 경쟁력은 47위로 나타났다. 세계대학평가 300위 내 우리나라 대학 수는 9개, 상해교통대 ARWU 대학종합평가 300위 내 대학 수는 6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고등교육 재정  

 한국 경제의 저성장으로 14년간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급감이 원인이 돼 대학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대학 재정수입 감소와 방어적 수준의 재정 지출 증가는 미래지향적 투자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지역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여파는 지역 위기로 이어진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건의한 자료에 의하면, 고등교육 단계의 정부 재원 공교육비(2019년 기준) GDP 0.6%이고, 1인당 공교육비는 1만1237달러로 OECD 33개국 중 30위로 7조2000억 원 투자 확충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과 연계한 고등교육 재청 확충 방안을 발표하고 사실상 3조 6000억 원을 고등교육에 전용해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확정했다.

 지난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23년도 예산안이 의결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설치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 개정법률안,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특별회계로 편성되어 초·중등 교육에 사용되던 예산 일부를 대학에 투입하게 된다.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넘어가면 초·중등 교육 예산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별회계는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현재까지 유초증등 예산을 일부 떼어내고 고등교육 재정으로 사용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내년에 본격적으로 내국세 연동구조를 개편 또는 폐지 정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초·증·등 교육예산 축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부딪히고 있어 교육재정 문제로 교육계 갈등이 확산될 우려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vs 미래교육 투자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지방교육재정 논란은 있었다. 교육재정 논란은 ‘갑툭튀’가 아닌 것이다.

 교육재정 개편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단순 재정 효율성만 보면 안된다. 결국 감축할 수밖에 없는 경우 미래의 교육 투자에 어떤 지장을 초래할 것인지를 점검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의 국가 책임제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국가 책무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아교육단계부터 초·중등까지 무상교육의 완성으로 확대돼야 한다.

 여기에 고등교육기관을 포함해서 국가 책임을 완성하겠다면 교육 전문가로서 적극 환영한다. 그렇지만 현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쪼개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우선 영유아들을 위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질 높은 유아교육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보 통합에 들어가는 재정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본다. 육아정책연구소 엄문영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유보 통합 완성에 필요한 재원은 내국세 교부율을 현 방식으로 유지하는 경우 현재의 20.79%에서 21.58% 인상이 불가피하다.

 올해 교육교부금 81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21조 원 늘어 역대 최대 규모지만, 초·중등의 경우 2018년 기준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학교 23.1명, 중학교 26.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 과밀학급 해소, 40년 이상 노후학교에 대한 학교 공간 재구조화와 석면 제거, 재난 위험시설 제거 등도 일부 학교만 진행된 상황이라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미래에 적합한 에듀테크 인프라 조성 등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를 위한 환경 조성 등도 교육 재정 투입 우선 과제로 꼽힌다.

 교육감 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TF)가 미래교육 수요를 분석 한 결과 2017년 대비 2021년 학생수는 37만 명(6.6%) 감소했으나 학교는 353개(2.2%), 학급은 4563개(1.9%) 늘고 교사 수도 8981명(2.3%)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 수 감소만 갖고 이 문제를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초·중등 교육재정 넘친다”는 잘못된 사고

 정부는 2018년 기준 1인당 공교육비가 초·중등은 OECD 평균 대비 132%로 최고 수준인 반면, 고등교육은 66.2%에 그친다면서 교육 재정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 모색을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적인 재원의 효율적 배분 차원에서 더 근본적인 교부금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대학-지자체 간 파트너십을 맺어 고등교육을 혁신해 나가기 위해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전략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엔 공감한다.

 하지만 교육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한 사례를 갖고, “초·중·등 교육재정이 넘친다”라는 식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앞으로 한국의 현실에서 유아부터 중등까지 학습하기 좋은 학교 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많은 교육재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순 수학적 계산으로 유·초·증등교육을 후퇴시킬 수 있는 임시 방편적 결정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교육이 미래사회에 대비하여 충분한가’를 놓고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고등교육을 포함해 교육재정에 대한 바람직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가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조정하는 혜안을 찾아가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주문한다.  

 김성훈 (광주 광산구 교육협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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