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학부모들은 통학 거리, 면학 분위기, 입시 유불리 등 다양한 이유로 학교 배정에 민감하다. 또한,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진학, 학년 진급 시 기존 친구들과 헤어지는 두려움 때문에 학교 배정(반배치)을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정작 중학교 배정이란 뚜껑을 열어놓고 보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인근에 중학교가 충분히 배치되어 있고, 중학교의 수용요건, 통학거리, 버스노선 등을 고려한 학군별 무작위 컴퓨터 추첨 방식으로 학교 배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학교 배정이 100%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배정 문제로 남학교, 여학교 등 특정 성별의 사립중학교들이 한 지역에 몰려 있어 인근 공립중학교(남녀공학)가 성비 불균형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고교 배정 민원 교육청 업무 마비 지경

 이에 대해 해당 공립중학교의 학부모들은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자녀의 관계 형성·자존감 저하 등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걱정을 안고 있다.

 특히 혼성반 편성이 여의치 않아 체육수업, 공동체놀이 등 교육활동에 대한 애로를 겪고 있고, 화장실, 탈의실 등 성별분리시설의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의 인권침해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립중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을 적극 유도해 나가야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의 사립학교 선호현상, 사학법인의 외면으로 개선의 기미조차 보이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중학교 배정 문제는 일부 학교에 한정되지만, 고등학교 배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과 불만은 지역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고교 배정 후, 광주시교육청 진학팀 업무가 마비가 될 정도로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현 고교 배정은 지원자가 선택한 희망 학교 중 100% 선발하고, 지리정보시스템을 통한 장거리 통학 배정을 방지하고 있으며, 내신 등급별로 고르게 추첨하여 배치하고 있다.

 또한, 광주 전체 일반고교를 지원할 수 있는 선지원 비율을 20%로 최소화하는 등 공·사립 고교의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광주지역 고교평준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고교 배정 시 자치구 간 학생들의 이동 등 원거리 배정 문제가 일부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가 장기화되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행되는 배정 방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물론 학생의 주거지를 완벽히 반영하지 못한 현행 배정 프로그램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학생들의 희망이 특정 학교로 쏠리는 현상의 심화로 인해 일부 학생들이 원거리 배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점’, 광주 관내 고교의 상당수가 사립이고 특정지역에 몰려있으며 분산 배치(학교 이전)가 어렵다는 점’이다.

 원거리 배정 문제도 심각하지만, 광산지역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고교가 부족해 무리한 학급 증설, 과밀학급 현상으로 이어지는 등 광산지역 고교 학생·교사들의 교육 여건이 매우 열악해지는 것도 사회적 문제이다.

 고충 알겠으나 내 자녀만 생각해선 안돼 

 경제 게임 이론에서 참가자가 각각 선택하는 행동이 무엇이든 이득과 손실의 총합이 제로가 되는 것을 제로섬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기피학교를 가지 않기 위해 또는 대학 입시에 유리한 학교를 선택받기 위해 다른 학생은 원거리 학교를 가야 하는 제로섬 게임의 고교 배정 방식에서, 자기 자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현 고교 배정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고, 교육당국이 이를 수용하여 배정방식을 개편하는 것에 필자는 반대한다.

 물론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겪는 고충은 모르는 건 아니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학교를 가느라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에서 시달릴 것을 좋아할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광주시교육청은 고교 배정의 현황과 불균형의 원인이 무엇인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상세히 고지하고, 좋은 교육 여건 속에서 학생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고교 지원을 유도해 낼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교육청이 광산교육진흥TF를 구성해 자치구와 협력하여 광산지역 고교 신설, 과밀 학급 해소 방안 모색을 시작한 만큼, 하루 속히 고교 배정의 미래 청사진을 시민들에게 공유해야 할 것이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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