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제정되었다. 조례 제정 이후, 광주광역시교육청은 민주인권교육센터를 설치하여 학생 인권 구제, 민주시민교육, 평화교육, 학생의회 지원 등 업무를 활발하게 수행해왔다.

 특히 학생 인권 상담, 조사건만 하더라도 한 해 200~300여 건에 이르는데, 광주시교육청은 별도 심의를 거쳐 학생 인권침해, 차별 사안에 대해 시정 권고를 해왔다. 현재도 학생 인권문제가 존재하기에 학생인권조례는 필요하고, 오히려 빈곤, 장애, 다문화 등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 학생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례는 강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7월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교육 당국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학생 인권과 교권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 학생인권조례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가장 먼저 공식화 했다.

 광주시의회 정책토론회 의도 뭔가?

 또한,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의무와 권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두 조례(학생인권조례, 교권보호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교육관련 시민단체·노동조합 성명서, 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입장 등 대내외적인 여론에 대한 부담을 느낀 나머지, 조례 개정의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태다.

 그 이후, 한동안 잠잠하나 했더니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의회로 불똥이 튀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광주시의회는 ‘교권과 상생 강화를 위한 학생인권조례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70차 정책토론회를 지난 18일 개최키로 밝혔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2012년부터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가 교권과 학생 인권이 상생할 수 있도록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언뜻 토론회 제목만 보면 교권과 학생 인권의 상생을 추구하는 자리 같지만, 토론회 발제문을 보면, 학생인권조례를 개악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발제문은 ‘학생·교원·학부모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균형 있게 규정한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학생인권조례 전부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발제문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경기도 조례를 사례로 소개하였는데, 자유와 권리의 한계와 책임, 학생·보호자 책임과 의무 등을 강조하며 학생 권리를 지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토론자를 섭외한 배경도 의아스럽다. 학생인권조례 정비를 요구한 교육부의 과장, 학생 인권과 무관한 광주시교육청 장학관(AI지원업무)을 섭외했다.

 최근 교육권 회복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의회와 교육 당국이 이런 뜻을 펼치기 위한 입법과제를 찾아서 숙의하는 것은 매우 가상한 일이다. 다만, 교권 추락의 원인은 학생인권조례 탓이고, 그 제도적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구도로 이야기판을 차리는 것은 너무 진부하고 낡은 화법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의회의 진정성과 전문성에 불신과 의구심만 키울 것이다.

 학생 인권 무너지면 다시 교사 두들길텐가

 한편, 광주시의회는 발제문 편향성, 일부 토론자 불참, 시민단체 의견 등 이유로 행사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토론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인권위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교사 인권침해가 생겼다는 주장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며, 조례 폐지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최근 동향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교실에서 교권이 무너진 것은 교권이 무엇인지조차 규정한 적 없는 법제도의 태만, 교육을 시장과 경쟁으로 사고하는 야만적인 이념 등이 악순환 된 결과이다. 학생인권이 무너질 때는 교사를 두들기고, 교권이 무너질 때는 학생과 학부모를 두들기는 방식으로 문제가 풀릴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당국과 의회는 인권이 존중되는 문화를 뿌리부터 일궈갈 풍토가 마련하고, 특히 학생인권과 교권이 공존하는 교육을 천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인권조례 개악 중단하고,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노력해주길 바라는 바이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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