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박사의 남도 풀꽃나무](39)도토리숲에 소풍, 붉가시나무
나무껍질 안 목재 붉은색이라 붙여진 이름

붉가시나무 다간성숲.
붉가시나무 다간성숲.

 시인 타고르는 말한다.

 “어리석은 자는 서두르고 영리한 자는 기다리며 지혜로운 자는 숲으로 간다.”

 숲이 주는 지혜와 치유는 영혼의 회복을 위한 길임을 알게 해주는 듯하다.

 가을이 오면 월출산국립공원 무위사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보길도에는 도토리 세상이다. 숲길을 걷노라면 둥글고 뽀쪽하고 길쭉하고 각기 모양이 제각각인 도토리를 만난다. 이중 누군가의 눈에 띌 정도로 반질거리는 꼭지 달린 종자와 이를 감싸고 있는 깍지는 목성처럼 동심원의 띠를 겹겹으로 두르고 있다. 보통 낙엽 떨어지는 참나무과 나무처럼 도토리 모양으로 생겼지만 깍지가 원형의 테두리를 두른 상록활엽수림 붉가시나무의 열매이다.

붉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이곳저곳 다람쥐들이 도토리숲에 소풍을 나온 듯 분주하다. 보물찾기하듯 숨겨진 도토리를 찾아 한입 가득 물고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숲속으로 사라진다. 상처 난 도토리는 결국 새싹이 나와 또 다른 붉가시나무 숲을 이룬다. 걷는 내내 그 작은 도토리에서 붉가시나무숲으로 변하는 천이 과정을 미리 상상해보니 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붉가시나무는 나무껍질 안쪽의 목재가 붉은색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식물 이름 기본종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접두어와 접미어로 주로 사용한다. 식물 이름에 접두어와 접미어를 사용하면 식물이 지닌 구체적인 특징을 파악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나무의 잎, 열매, 꽃, 줄기 등의 색을 나타내는 말, 나무의 자생지를 나타내는 말, 사실 여부나 품질을 나타내는 말, 나무의 크기나 형태를 나타낸 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붉가시나무 다간성숲.
붉가시나무 다간성숲.
붉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이중 나무의 잎, 열매, 꽃, 줄기 등의 색을 나타낸 말로 ‘붉’을 사용한 경우는 잎, 목재 등 식물체의 특정 부위가 붉은 데서 유래한다. 예로 붉가시나무를 포함하여 붉나무가 있다. 붉가시나무는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Ⅰ등급으로 3개의 아구에 걸쳐 분포하는 식물이다.

 생태적 특징은 양지바른 산기슭과 계곡에 나는 상록활엽교목으로 높이 20m 정도로 자란다. 나무껍질은 푸른빛이 도는 회색이고 어린 가지엔 갈색 털이 빽빽하다. 잎은 어긋나며 긴 타원형이다. 잎끝은 점차 뾰족해지거나 둥글고, 잎밑은 둥글거나 뾰족하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지만 윗부분에 톱니가 약간 있는 것도 있다. 잎 표면은 녹색, 뒷면은 황록색인데 어릴 때는 갈색 솜털로 덮여 있다가 없어진다. 꽃은 암수한 몸으로 5월에 피고 새가지 밑부분에 달리며 갈색 털이 있다. 열매는 견과로 타원형이며, 깍지는 5~6개의 동심원층이 있는 반구형이다. 이듬해 9~10월에 성숙한다.

보길도의 붉가시나무 숲.
보길도의 붉가시나무 숲.

 붉가시나무는 우리나라의 난대림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상록활엽수로서 완도 본섬과 보길도를 포함한 주변섬에서 가장 넓게 분포(1779a)하고 있으며, 제주도를 비롯한 남서해 도서지방 그리고 남쪽해안을 따라 분포한다.

 내륙지역의 붉가시나무의 분포는 전남 함평군 대동면이 붉가시나무의 자생북한지대로 식물 분포상 보존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 제110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해남 두륜산 붉가시나무 보호수.

 또한 2022년에 보호수로 지정한 남해안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붉가시나무는 해남 두륜산도립공원내 진불암에 분포하고 있으며 수고 20m, 수령이 약 400년 이상이다. 직접 실물로 영접하노라면 그 위엄과 기세가 청룡에 버금간다.

 특이한 점은 월출산국립공원까지도 식물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무위사지구와 도갑사지구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무위사지구에서는 해발 150-350m의 북사면에서 군도(군집내에서 각 종이 생육하는 집합 정도를 5등급으로 구분, 숫자가 높을수록 모여 있는 형태) 1-2등급으로 교목층인 붉가시나무의 최대수고는 16m, 흉고직경 34cm까지 분포하고 있다.

남해안의 붉가시나무 숲.
남해안의 붉가시나무 숲.

 대부분 잔가지가 자라서 숲이 된 2차림으로서 다간상의 특징으로 나타난다. 도갑사지구에서는 해발 120-200m의 동사면에서 군도 1-3등급으로 아교목층 이하에 분포하였으며 최대 수고 12m, 흉고직경 15cm까지 분포한다. 도갑사지구도 무위사지구와 동일하게 대부분 2차림으로 다간상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예전 과거에 벌채, 연료림의 채취 등 인위적 간섭으로 이미 훼손이 한번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잔가지가 자라서 현재의 붉가시나무 숲으로 변한 것이다. 특히 남해안의 상록활엽수림은 대부분 파괴되거나 삼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본래 난온대의 생태적 특성과 무관한 수종들이 식재되어 우리나라에서 난대 상록활엽수림 분포지는 그리 넓지 않게 된 것이다. 게다가 상록활엽수림을 복원한 섬 지역에는 토끼나 염소피해가 심각하다. 이들이 한번 지나가면 남아 있는 식물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붉가시나무 숲길.
붉가시나무 숲길.

 최근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한반도 기후가 변화함으로써 붉가시나무군락이 포함된 난온대 상록활엽수림대의 생육한계선이 북상하고 분포지역이 확장될 것이다. 월출산국립공원은 식물구계상 난대식물의 북방 한계선상에 위치하고 있어 학술적, 생태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상록활엽수림의 전체적인 분포 패턴과 분포 한계고도 등 상록활엽수림대의 연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국립공원 생태계 회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아울러 지혜로운 자는 숲으로 간다고 말한 타고르의 말처럼 청룡의 새해에는 남도지역의 저 푸른 붉가시나무숲에서 영혼의 회복을 위한 치유의 산책을 다녀오길 권유한다.

 △참고문헌

 https://species.nibr.go.kr/index.do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www.nature.go.kr/kpni/index.do/ 국가표준식물목록

 글·사진= 김영선

 환경생태학 박사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

 한국환경생태학회 부회장

 한백생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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