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중심서 보행자 중심으로 정책 재설계
“걷고 싶은 길 접근 위해 자동차 이용 막아야”

26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공원에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26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공원에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2명 중 1명이 승용차를 이용하는 자동차 중심도시에서 보행자 중심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광주시가 ‘걷고 싶은 길’ 정책을 추진한다. 교통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율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광주시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부터 전남대병원을 잇는 광산길을 매주 일요일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는 등 8대 대표 과제를 선정했다. 다만 걷는 길을 이용하기 위해 승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탄소중립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과제로 남아있다. 이같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로 다이어트가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광주시는 26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걷고 싶은 길’ 업무보고회 열고 4대 분야 8대 대표 과제를 발표했다. 광주시의 대중교통 정책의 최대 핵심은 도시철도 2호선 개통 시점에 현재 버스 27.8%, 지하철 3.5%을 합쳐도 31.3%에 불과한 수송분담률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에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함께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Bus Rapid Transit)와 수요응답형교통 대중교통 서비스(DRT, Demand Responsive Transport)까지 연계한 대중교통이 편한 도시로 탈바꿈함과 동시에 보행자가 편한 길을 함께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부터 전남대병원를 잇는 기존의 광산길은 ‘차 없는 전당길(가칭)’은 올해 12월부터 기존 2차로에서 보차 가변형 5차로(차로3+보도2)로 확장한다. 보행로는 5m에서 11m로 대폭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보행로에는 일요일마다 차 없는 거리를 통해 아스팔트 초크아트, 워터슬라이드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사람이 모이는 길로 조성한다. 보행 중심도시나 탄소중립을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시민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면 자연스레 걷고 싶은 길로 형성될 것이라 광주시는 기대한다.

26일 광주시청 소회의실에서 ‘도시의 회복, 걷고 싶은 길’을 주제로 업무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9월 미술관 산책길 조성 

 또한 9월 중 예술의전당, 아시아예술정원과 디지털가든, 시립미술관, 역사민속박물관, 용봉제, 비엔날레전시관을 잇는 ‘미술관 산책길’도 조성한다.

 이를 위해 중외공원 내에 테마가 있는 문화정원, 생태예술놀이정원, 337m 높이의 하늘다리를 만들어 아시아예술정원으로 조성하고 시립미술관 일대에 미디어 파사드와 미디어아트콘텐츠가 있는 아시아디지털가든을 조성한다.

 무등산 등산로는 문화 명품길로 조성한다. 늦재삼거리부터 토끼등 비포장구간 1.2㎞(기존 황톳길 205m+신규 950m)에 맨발 황톳길을 만들고 어린이 숲 놀이터 등 힐링체험공간을 10월 중 조성할 예정이다.

 Y프로젝트 리버라인 100리길도 첫발을 뗀다. 서창억제축제에 맞춰 서창 노을 전망대를 12월 중 설치한다. 광주의 대표 노을 명소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또한 영산강변 데크길을 걷고 싶은 길도 만든다.

 특히 올해 5월부터는 광주공원 일대를 젊음과 낭만이 있는 ‘광주 청춘 빛포차 거리’로 탈바꿈시킨다. 무허가로 운영 중인 포차거리는 광주의 유일한 포장마차들이 모여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였지만 화장실과 위생 문제 등으로 방문객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이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공영주차장을 폐쇄하고 포차거리와 어울리는 문화콘텐츠로 만드는 한편 장기적으로 제도권 내에서 합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공모를 거쳐 올해 3월부터 시민 모두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시민 안전길’ 3개소를 조성하고, 10월부터는 공유자전거를 통한 ‘평동 15분 자전거 길’도 조성한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자동차를 타고 와야하는 접근성 문제가 과제로 떠올랐다. 빛포차 거리, 차 없는 전당길, 미술관 산책길 등을 걷기 위해 대중교통의 접근성 부족으로 대다수가 차를 끌고 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임찬혁 교통정책과장은 “걷고 싶은 길을 가는데 이동수단을 뭐로 할 것인지 보면 대부분이 차량을 이용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다”며 “결국에는 차량을 이용하게 되면 걷고 싶은 길의 취지가 맞지 않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보행이나 자전거, PM 등의 이동수단과 연계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26일 광주 서구 치평동 일대 길거리에 적치물들이 보행로를 가로막고 있다.

 “걷고 싶은 길, 도로다이어트 필요”

 또한 걷고 싶은 길이 성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하철과 BRT, DRT 등 대중교통 연계 인프라가 구축과 함께 도심지의 도로 다이어트를 제안했다.

 임 과장은 “걷고 싶은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심지에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나 보행로를 확보하거나 광장을 조성하는 부분의 고민이 필요하다”며 “승용차 이용을 줄이도록 하기 위해서 주차요금을 징수 한다거나 차로를 줄여서 차량 이용을 불편하게 하는 승용차 억제 정책을 병행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걷고 싶은 길의 시작은 연결성이 우선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길거리의 적치물 등 곳곳에 장애물이 많아 보행로를 넓히는 것보다 먼저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제시된 정책들이 도시를 걸어보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어디를 걸으면 멋있겠다는 차원인 것 같다”며 “최근 집앞을 1시간 반 정도 걸어보니 발길을 위협하고 통행을 방행하는 적치물들이 너무 많다”고 질타했다.

 강 시장은 “돌출된 광고부터 곳곳에 걸리적거려 넘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 많아 도로 폭을 넓히는 문제와 함께 접근성·연결 편리성에 대한 검토가 더 돼야할 것 같다”며 “주차장 만드는 문제, 공원까지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보다 걷고 싶은 길이 연결과 접근이 편리한 관점에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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