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아, 부르시라 나간다 왜 잘못한 게 없으니”

▲ 지난 21일 5·18민주광장에 선 방송인 김제동 씨가 광주시민들과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제가 지금 언론이나 사과하라는 국방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입’을 막으려는 것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에게 왜 이럴까? 사드 얘기하지 마라, 정치에 관해 관해 이야기하지 마라 이런 거 아니에요.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방송인 김제동 씨는 당당했다. 지난해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한 ‘영창 발언’을 두고 국방부와 새누리당이 “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떠들고,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나서겠다고 한 상황.

 지난 4월에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광주를 찾아 토크콘서트를 연 그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여기 오는 데 전부 다 힘내라 그럽니다. ‘뭘 힘내라’ 그럽니까 물어보면 아무도 얘기를 못해(웃음). 저 잘 살고 있어요.”

 

김제동 “저 잘 살고 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증인으로 국방부 국정감사장에 나설뻔 했던 그는 여전히 물러섬이 없었다. “국정감사 나오라 그래서 나가겠다 했더니 나오지 마라 했잖아요. 근데 사과해라? 검찰에서 불러도 그것도 나간다 그랬잖아요. 진짜 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책임질 게 있으면 제가 질 수 있는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니까요. 뭐가 문제가 있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몇 가지를 분명하게 짚고 넘어갔다. “대신 자기나라 군대 동원해 자기나라 시민들 죽인 사람, 특정사 대원들 방탄복 총알 뚫리는 방탄복 만든 사람들. 진짜 군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물어라. 그 사람들이 책임지면 저도 책임지겠다가 아니다. 그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물어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자유롭게 말 할 권리도 강조했다. “마치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교 주인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일어난 최순실 딸에 대해 이야기할 권리를 가지듯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야기할 자유와 권리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권력에 대한 풍자까지 빼앗고, 군생활에 대해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권력이 개입하고자 한다면 거기에 대해 쫄거나 사과할 필요없다는 얘깁니다.”

 그는 ‘영창 발언’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부르시라, 나가겠다. 왜 죄 지은 게 없으니, 잘못한 게 없으니. 둘째 말 하지마라 그러시는 거 같은데, 그럴 생각이 없다.”

 이날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는 ‘2016 청년도시 컨퍼런스’와 연계해 광주시가 사단법인 김제동과어깨동무와 공동 주최했다.

 김 씨는 “무대 위만 말하고 무대 아래는 듣기만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광주시민들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고 싶어했다.

 “왜 아이들에게 (밥을)사주세요?”라는 질문과 함께 갑자기 울음터뜨린 여고생. 김 씨는 “왜 우니”라고 묻지 않았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멘토’가 아니라 ‘괜찮다’, ‘옳다’라는 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판사와 목수의 망치가 동등한 세상을”

 “울만하니까 울겠죠. 저는 ‘꼰대’가 되지 않는 비결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말 하고 싶을 때 입 한 템포 다무는 것. 요즘 말 잘 하는 사람은 넘치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없죠. 모든 정치인들이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를 지지해 달라. 저는 그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국민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지지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그는 ‘아이들의 행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당 근로시간이 60시간이 넘어가면 과로사 기준인데, 아이들 주당 몇 시간 공부합니까? 공부 안 시킬 순 없지만 덜 시킬 수 있는 방법, 한 곳으로 몰리지 않는 방법 생각했으면 좋겠다. 판사의 망치질과 목수의 망치질이 동등한 가치를 인정 받고, 의사가 환자의 상처를 깊는 일과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바느질 하는 것이 똑같은 가치를 부여받는 사회가 된다면,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인간의 가치가 존중받고 훼손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그리고 힘 주어 말했다. “고2가 되면 대통령 선거권 줘야 한다, 그 다음 중2 정도 되면 교육감 투표권 줘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들이 아이들 위한 정책할 것 아닙니까. 우리 아이들이 판단하지 못할 것 같습니까? 천만에.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날 수능 27일을 남겨둔 고3 학생의 ‘웃픈’ 질문. “우리나라에서 잘 산다는 게 꼭 대학을 나와야 하는 것 같아요.”

 김 씨는 “대학교뿐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충분히 다른 길로 갈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등록금, 대학주변 아이들의 거주비 문제는 해결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공부하는 데 돈 걱정하지 않도록. 헌법 31조가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흙수저로 사는 게 낫다는 자긍심 갖자”

 “달라져서 차별, 뒤떨어진다고 차별. 헌법에서 보장한 ‘평등’이 왜 이렇게 지켜지지 않나”라는 시민의 질문엔 “흙수저로 사는 게 ‘쫌’ 낫다는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자”고 답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흙수저는 금수저보다 머리 수가 많다. 그래서 우린 연대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금수저의 횡포에 시달릴 때 모든 흙수저가 연합하고 연대해서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이 가진 권리다. 또 흙수저가 사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땅콩회항사건 아시죠? 땅콩 주면 까서 먹고 가면 되는데, 돈 많은 사람들은 과정이 복잡해요. 땅콩 주면 까달라해야 되고 안 까주면 무릎 꿇어라 화내야 되고, 그래도 안 까주면 비행기 돌려야 돼. 어디 가지도 못합니다. 땅콩의 까는 재미, 다른 사람 입에 넣어주는 재미를 그 사람들은 몰라요.”

 웃는 사람 옆에서 같이 웃어주고, 울땐 함께 울어주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려는 사람들에겐 어깨걸고 함께 싸워주는 것이 김 씨가 말하는 ‘인간의 품격’이다.

 “이 시대의 금수저보다 흙수저들이 훨씬 더 품격있는 삶을 살고 있다, 멋지게 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앎과 동시에 그 ‘격차’는 해소돼야 한다.”

 광장에 모인 청년들에게도 한 마디 했다. “청년은 이땅의 미래가 아니라 이땅의 현재고, 이땅의 현재 권력자다. 대한민국의 통일과 평화, 모든 세대적 갈등을 통합해는 첫 세대가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다. 그런 젊은 세대를 응원합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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