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쇼 로망 3부작’ 광주극장서 상영

스즈키 세이준 '이지랑이좌' 광주극장 제공.
스즈키 세이준 '이지랑이좌' 광주극장 제공.

 광주극장은 ‘장르의 혁신가’라고 불리며 일본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미학을 선보인 거장 스즈키 세이준을 조명하며, 그의 작품들 중 탐미주의적 미학이 정점에 달했다고 알려진 ‘다이쇼 로망 3부작’을 28일(목)부터 4월10일(수)까지 상영한다.

 ‘어느 영화든 반드시 한두 장면은 깜짝 놀랄 명장면을 선사한다’라는 연출 철학 아래 영화를 제작해 온 파괴의 미학가 스즈키 세이준, 그는 1948년에 쇼치쿠에 입사해 조감독 생활을 했고, 1956년에 닛카츠로 옮겨 근 10여 년간 40여 편에 달하는 B급 영화를 만들었다.

 스즈키 세이준은 다량의 B급 영화를 제작하면서도 자신만의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며, 닛카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1956년 ‘항구의 건배, 승리를 나의 손에’로 데뷔 후, ‘관동 무숙’,‘동경방랑자’,‘살인의 낙인’ 등 60년대 혁신적인 야쿠자 영화 영화들을 선보이며 갱 영화, 뮤지컬, 코미디, 시대극을 가로지르며 장르의 관습성을 파괴했다.

 그만의 파격적인 스타일의 혁신은 왕가위, 짐 자무쉬, 쿠앤틴 타란티노, 박찬욱, 류승완, 김지운 등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국내 평단은 “스즈키 세이준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영화 속의 기괴한 그 낯선 세상에 아연실색할 지경이 될 것이다.”(정성일 평론가) “예전에도 놀라웠고, 지금도 새로우며, 앞으로도 신선할 것이다.”(씨네 21 송경원) 등 시대를 타지 않는 새로움으로 찬사를 보냈다.

 한편, 스즈키 세이준은 스튜디오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아슬아슬하게 자신만의 미학을 시도했는데, ‘살인의 낙인’ 이후 당시 닛카츠는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며 개봉을 중지시키고 스즈키 세이준을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불복한 영화인들은 ‘스즈키 세이준 문제 공동투쟁회의’를 결성하기도 했다. 1967년 이후 연출을 맡을 수 없었던 스즈키 세이준은 10년이 훌쩍 지난 1980년이 되어서야 ‘지고이네르바이젠’을 시작으로 ‘아지랑이좌’ ‘유메지’까지 이어지는 ‘다이쇼 로망 3부작’을 완성한다. 50-60년대 스즈키 세이준의 그의 영화의 모토였던 전복성보다는 낭만주의와 퇴폐적인 분위기가 절제된 성숙한 영상미가 빛나는 ‘다이쇼 로망 3부작’은 스즈키 세이준의 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으며, 그를 일본을 대표하는 비주얼 리스트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지고이네르바이젠’(1980년)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강렬한 색채의 작품으로 스즈키 세이준 미학의 대표작이자, 다이쇼 로망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군사학교 교수인 아오치는 한때 동료였으나 지금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친구 나카사고를 쫓는다. 그 과정에서 자유롭고 이기적인 나카사고의 삶을 부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역겨워하는 아오치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아오치와 나카사고를 중심으로 아오치의 아내, 나카사고의 아내 소노와 그녀와 똑 닮은 게이샤 오이네까지 다섯 남녀를 둘러싼 치정과 환상담이, 요염하게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제3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1980년도 키네마 준보 일본 영화 BEST 10 중 1위를 차지했다.

 ‘아지랑이좌’(1981년)는 다이쇼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 이즈미 교카의 소설을 원작으로 ‘가부키 영화’라는 이색적인 스타일을 취한 세이준 미학의 결정판으로, 다이쇼 로망 삼부작의 두번째 작품이다.

 1926년 다이쇼 말년, 미지의 미녀와의 만남을 거듭하던 극작가 마츠자키 순코는 사랑과 미움의 소용돌이에 끌려 농락당하면서 현실이라고도, 저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꿈의 세계를 헤매게 된다. 영화를 채우는 것은 불꽃놀이 하듯이 흩어지는 꽃들, 꿈처럼 강물 위를 떠가는 배, 병풍을 메운 기괴한 풍속화가 엮어낸 눈부신 이미지들이다. 장면 장면이 한 편의 회화 작품 혹은 설치 미술품 같은 작품이다.

 ‘유메지’(1991년)는 사와다 겐지가 ‘유메지’로 훌륭하게 분했으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환상적인 연출 미학이 빛나는 다이쇼 로망 삼부작을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미인화로 유명한 다이쇼 시대의 화가 다케히사 유메지에 대한 영화이나, 유메지의 일생을 다루는 전기 영화는 아니다. 그가 한창 예술가로 명성을 날릴 무렵 가나자와로 여행을 간 사실에 기초하여 공상가이자 호색한인 유메지의 격정적인 날들을 허구적으로 그려냈다. 붉게 물드는 단풍의 가나자와를 무대로 요염한 환상담이 펼쳐진다.

 문의 광주극장 062-224-5858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cinemagwangju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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