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자전거 댓수·직장명까지 “너무 상세해서…”
국가데이터처 “정책 기초 자료, 암호화 후 폐기”

본보 기자 집 앞에 오는 18일까지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 방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본보 기자 집 앞에 오는 18일까지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 방문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오는 18일까지 전국민 대상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 중인 가운데, 질문 내용이 너무 세밀하고 내밀한 개인정보까지 망라돼 있어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설문에 응한 시민들은 최종 학력부터 종교, 직장명, 동거 여부, 자녀 계획, 배우자와 사별했는지까지 상세히 답해야 돼 “유출될지 않을까. 찝찝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국가데이터처는 “전체 인구 대비 20% 표본을 수집하는 인구주택총조사는 국가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만 활용하고, 암호화 단계를 거쳐 정보를 폐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오는 18일까지 거주민 약 13만 가구를 대상으로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 중이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주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표본을 조사하는 조사는 5년만에 실시하는 법정 조사로, 통계법(5조)에 근거해 실시된다.

 정부는 대한민국 영토 내 인구와 가구 주택 규모를 파악해 각종 정책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이에 광주시가 단기 채용한 통계조사요원(약 800명)들은 자치구별로 배정돼 방문(대면)과 전화를 병행해 가구 설문을 독려하고 있다.

 조사요원 선발은 국가데이터처 채용 가이드라인과 지자체 규정에 의거해 각 지자체가 할 수 있다.

 조사 지역에 거주하거나 자가차량 운행이 가능한 자, 통·이반장 부녀회 간부, 기숙·사회 시설 관리인이 참여할 수 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설문 문항이 과도하게 상세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다반사다.

 김가영(가명) 씨는 “결혼할 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앞으로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는지’ 묻거나 생활비는 어떻게 버는지, 심지어 집 안에 방과 거실이 몇개 있는지까지 물어본다”며 “조사요원이 너무 자세히 물어봐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응답한 설문에는 △배우자와의 사별 유무 △전세금(보증금) △직장명·직책·근무 부서 △거주지에서 직장까지 소요되는 평균 시간 △교통수단(지하철, 버스, 도보) △최종 학력(졸업, 재학, 중퇴) △종교를 묻는 총 42개 문항으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1인 가구 대상 문항에는 혼자 왜 살고 있는지부터 난방 종류, 자전거(전기자전거 포함) 보유 댓수, 잠을 자는 방이 몇 개인지, 옷방이 따로 있는지까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특히 만 나이 0세(2025년 10월 31일 이전 출생)부터 초등학생까지 응답해야 하는 문항에는 ‘누가 본인을 돌보는지(부모, 가사 관리사, 지역 아동센터 등)’ 아동 입장에서는 응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담겨 있었다.

 방문 조사해야 하는 조사요원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사요원은 “방문 설문에 응해준 시민도 막상 가면 너무 자세히 물어보니 답하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답하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전화나 인터넷으로 설문을 응해주기를 권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조사요원들은 응답률을 높이려 조사 목적과 조사 항목을 계속 강조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혼인 상태는 어떠합니까’ 질문에는 저출생 원인을 세우려 물어본다는 목적을 설명한다. 사별을 묻는 질문에는 ‘배우자가 장기간 실종돼 법원에서 실종 선고를 받으면 사망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개념을 안내하고 있다.

 정부는 수집한 개인정보를 “엄격하게 보호·폐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숙 국가데이터처 인구총조사과 서기관은 본보와 통화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는 안전하게 통계법에 따라 엄격히 관리한다”며 “인구주택총조사는 국가 복지 예산 배분과 주택 공급 계획 수립 등 국가 정책 수립할 때 중요한 자료인 만큼 협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데이터처는 방문 조사시 요원이 통장 번호, 신용카드 번호, 계좌 비밀번호를 묻지 않는다”며 “지자체와 국가데이터처가 발급한 통계조사요원증이나 인구주택총조사 홈페이지에서 요원 신분을 확인하고 설문에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동(만 나이 0세부터 초등학생까지) 대상 설문 문항이 어렵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구에 있는 응답자 한 명이 가구원 전체를 응답하기 때문에 조사원이 직접 만 나이 0세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보육 현황을 묻지도, 아동이 직접 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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