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휠체어를 탄 아이도 들고 옮기는 아이도 즐거운 듯 웃고 있다.지난 20일 장애인 주간을 맞아 모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장애 체험’시간.
눈 가리고 이동하기, 귀마개 하기, 입다물고 있기, 휠체어 직접 타보기와 휠체어 장애인을 도와 휠체어 이동시키기 등이 학생들에게 주어진 체험활동 내용. `장애-비장애 함께 가는 학교 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전교조 광주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이 체험 교육은 `광주 장애인 교육권 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광주치료레크리에이션협회에서 준비하고, 직접 강사를 파견하여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각·청각·언어 장애인, 휠체어 장애인 등의 어려움을 직접 느껴 보라는 이 체험 프로그램에는 본래 취지와 부합되는 않는 내용들이 눈에 띈다.특히 언어장애 체험활동으로 `사탕 입에 물고있기’ 같은 방식을 도입한 것은 부적절하다.
장애인이동권연대 김용목 목사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자칫 장애인의 실제 삶을 느끼게 하지 못하고,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들이 휠체어를 타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칫 이같은 단편적인 체험들이 장애인에 대한 오해를 갖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체험활동에 실제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배이상헌(광주 공고 교사)씨는 “장애인이 차별 당하고 소외당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로부터 실제로 실천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며 “관성에 젖은 장애체험교육은 교사들의 자기 만족적인 교육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힘 안들어요” “재밌어요”. 장애 체험 후 들려나온 아이들의 소감은 장애인의 힘겨움을 체험한 반응으로서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휠체어를 타는 것은 즐거운 `놀이’가 아니라는 것, 장애는 `사탕 입에 물고 있기’처럼 달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은 체험하지 못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휠체어를 들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당사자인 장애인들과 한데 어울려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 현재 진행중인 장애체험교육 프로그램에 빠진 내용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