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대부분 서민
26일부터 매일 상담 가능

지난 17일 동구 대인동 광주은행 본점 10층에 임시로 마련된 신용회복위원회 광주사무소에는 오전 10시부터 신용불량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20대 여대생에서 아이를 업은 30대 아주머니, 50,60대 중년 부부까지 남녀노소 관계없이 몰려든 이들은 관련 서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위원회를 찾은 정만수(51·북구 운암동·가명)씨. 그는 7년 전 자신이 운영하던 전자제품 대리점이 부도 나 5억원의 빚을 졌다. 그러다 부인 박순애(47·가명)씨마저 채무보증인을 구하지 못해 지난해 말 신용불량자로 전락, 연체이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1억3000만원 정도 빚이 남아있습니다. 저와 아내가 수입이 있어 몇 년 정도 여유를 주면 갚을 수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1년에 한 번씩 보증인을 바꿔세우라고 하더라구요. 누가 쉽게 서주겠어요? 빚독촉 받고 연 30% 정도의 연체이자를 부담하다보니 감당이 안 됐습니다.” 정씨 부부는 매달 3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어 이 중 4인 최저생계비(105만5090원) 등을 제외하고 150여만원씩 8년 동안 갚아나가기로 했다.
정씨는 모처럼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부인의 손을 잡고 사무소를 빠져 나갔다.
놀이방을 운영중인 이순금(47·북구 운암동·가명)씨는 늘어나는 생활비와 교육비 때문에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자주 쓰다 금융거래가 금지됐다.무직인 남편을 대신해 가정을 이끌고 있는 그녀는 지난해 대학에 다니는 아들까지 자퇴시켰지만 결국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져 들고 말았다.
“카드사에서 대환대출을 제안했어요. 카드대금이 연체되면 카드사 직원이 300만~500만원씩 선이자 10%를 떼고 빌려주는데 나중에는 그것이 감당이 안 되더라구요. 제발 위원회에서 받아만 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윤여욱 신용회복위원회 선임심사위원은 “채무조정절차를 통과한 사람들은 마치 새 삶을 사는 것처럼 기뻐합니다. 그동안의 고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죠. 그러나 아직도 혜택을 보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 아쉽습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지난달까지 3322명이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았으며 이들 중 73%(2930명)의 소득이 150만원 이하인 서민들이었다.
한편 매주 토요일 임시로 열려온 신용회복위원회 광주사무소는 23일부터 구 대금동사무소에 상설사무소를 마련해 매일(토·일 제외) 상담이 가능해졌다.
윤현석 기자 chadol@gjdream.com
김문선 기자 moo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