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김성일(31·동강대학 중국비즈니스학과 2년)씨는 지난 22일 일어난 북한 룡천역 폭발사고에 대해 비통한 심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너무 크게 터졌습니다. 북에서는 기차역 주변에 마을이 이뤄져 있고 주변에 학교와 생활 시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번에 피해가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김씨는 고향을 홀로 떠나온 지 5년이 지났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까닭에 이번 사고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제 고향과는 거리가 멀지만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픕니다.생명은 어느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입니다. 하루빨리 지원이 이뤄져서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그는 북한이 이번 참사를 외부에 알린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측이 이 사실을 숨기지 않고 국제사회에 알려 도움을 요청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사회가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지요.”
이번 참사에 대해 국제사회를 비롯, 남한에서도 발빠른 대응조치를 보이는 것에 대해 김씨는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 국민들이 신속하게 지원하려는 노력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같은 민족끼리 형제애, 동포애를 발휘하며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일씨는 현재 대학을 다니며 오후에는 동북아 전략연구소(소장 김한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북한에서 김책공업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던 경험과 중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중국무역을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번 참사로 북에서는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당했지만 반드시 변화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국을 꿈꾸며 반드시 뜻을 이루겠습니다.”
김씨는 한국사회에 살면서 탈북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문화적응이라고 말한다.“경제적 어려움이야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50년 이상 떨어져 살아왔기 때문에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의 시선도 불편할 때가 있지요. 탈북자라고 해서 특별한 시각을 갖고 보면 서로가 불편해질 뿐입니다.”
1년여 동안 광주에 살면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전라도 음식은 원래 유명하잖아요. 또 인심도 좋아서 다른 곳보다 살기 좋습니다. 학교 생활도 잘 하고 있고요.”
그는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무엇보다 경계했다.“정부에서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번 일은 반드시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일회성 행사로 이루어지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부분을 복원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미 북한 사람들은 남한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잘 파악해서 앞으로의 남북관계도 잘 풀어가는 바탕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씨 역시 돕기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다.“조그만 성금이라도 보태고 싶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활발한 만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많이 교류하고 감싸안고 격려하면서 통일의 날을 앞당기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성훈 기자 sinaw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