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 `야자’는 말만 자율학습이지 대부분 타율적인 학습이다. 집에 가고 싶어도 학교에 억지로 남아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 자율학습 시간에 EBS수업이나 학교에 필요한 공부 같은 것을 하고 있으니 도저히 안할 수가 없다. 게다가 0교시라니. 이런 것은 정말 효율적이라 말하기가 어렵다. 타율적이고 강제적이니 학생들의 허무한 시간 보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폐지를 요구한다.
그런데 먼저 야간자율학습과 0교시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은 심한 경쟁으로 얼룩져 있다. 열심히 해도 결과가 나쁘면 그만이고, 노력한 과정보단 좋은 결과만을 원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폐지를 한다고 상황이 나아질까? 글쎄. 내 생각에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야간자율학습을 `못하게’ 된 아이들을 대신 `학원’에 보낼 것 같은데.
사실 야간자율학습을 찬성하는 사람들 중에는 학원을 못 보내서 찬성하는 이들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야간자율학습과 0교시를 폐지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학벌주의는 그대로 있으며 언제나 결과를 우선시하는 교육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학생들은 학원에서 혹사당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내신이 중요하고 수능이 중요한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한다고 해서 그 시간에 어디를 갈 것인가? 결국 학원이고 과외며 도서관이 아닌가.
분명히 비효율적인 `야간자율학습’은 폐지돼야 할 것이다. 아니면 정말 자율적인 학습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폐지만을 외치기 전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을 돌아보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진정한 의미의 `야간자율학습’폐지가 가능할 것이다.
최근 개설된 `불법 보충수업 신고센터’ 같은 것을 보면 안타깝다. 지금 야간자율학습 문제는 단순히 신고하고 학교를 제재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그것은 근본문제인 뿌리는 놔두고 가지만 치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한 그런 가지치기는 힘만 낭비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뿌리인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 비록 그게 쉽지 않을지라도.
나는 대한민국의 학생으로서 언젠가는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이 아닌 학생들의 끼와 취미나 능력을 살려줄 수 있는 그런 교육을 하는 날을 바라며 꿈꾼다. 더 이상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을 두고 찬반토론 같은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날을 바라면서. `당신이 야간자율학습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당신 또한 대한민국 교육의 피해자이다.’ 여울바람 <학생·ㅅ고>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실명은 게재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