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내기 기자들의 고충이 만만찮다. 품이 많이 든다. 허나 어쩌랴. 독자의 삶 속에 진짜배기 기사가 들어 있는 걸…. 그저 관찰자의 입장으로는 `시민공감 지역신문’은 공염불일 터, 광주드림의 정체성은 언제나 지역민과 함께 `현장’에 있다.
김기자는 상처받은 아이들의 바람을 담았고 그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 주자고 쓴다. 정기자는 700원 버스를 타고 떠나는 가멸찬 나들이를 내놓는다. 강기자는 시장의 이야기를, 조기자는 걷는 사람들의 속앓이를 찾는다. 이기자는 편하게 취재할 수 있는 `자리’를 얻지 못한 대신 `타이거즈’를 연호하는 관중석의 생생한 외침을 보낸다.
띄어쓰기 하나에도 안달하는 남부장은 `오자 났다’는 전화 한 통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다. 마감에 쫓긴 임부장은 시종일관 안절부절, 여기저기 끙끙대는 소리, 한숨짓는 표정이 가득하다. 인쇄소로 떠나보내는 필름에는 때늦은 후회와 미련의 눈길들이 꽂힌다.
그냥 두면 밤새 원고를 되작거릴 위인들이다. 아무리 봐도 전문적인 신문쟁이들은 아니다. 마감 시간 한번을 지켜내지 못했고, 밤새 안절부절못하고 뒤척였다. 다음날 독자들의 쓴소리에 멍이 들도록 아파했다. 새 신문 광주드림의 일주일은 이렇게 흘러갔다.
우리는 무수한 다짐을 했다. 행감치고 앉아 하나마나한 훈계를 해 대지는 말자. 이리저리 꼬아대는 어려운 글, 집어치우자. 부풀리거나 축소하거나 몰려다니지는 말자. 알 권리를 빙자해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지는 말자. 하등 보탬이 되지 않을 나쁜 소식을 시시콜콜 까발리는 선정보도는 안된다. 불의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꼿꼿한 신문이 되자. 광주를 살 맛나는 곳으로 만들려는 아름다운 사연에 인색하지 말자. 절대로 `기자입네, 언론사네’ 행세하지 말자. 시민들의 이야기에 겸손하게 귀기울이자. 겉만 훑어대지 않고 진중하게 속을 들여다보자. 반듯하고 당당하게, 따뜻하고 진실한 사람, 기자, 그리고 신문이 되자고….
이런 주문을 되뇌며 광주드림 식구들은 광주 곳곳에 스며들었다. 우리의 첫걸음은 너무 미약하다. 세상을 향해 큰 목소리로 `신문이요’ 라고 외칠 만한 자신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방식은 늘 처음과 같을 것이다.
시내버스 뒷 좌석에서 뭔가를 끄적이는 사람, 자전거에 올라타 연신 두리번거리는 사람, 이른 아침 학교 앞에서 아이들과 노닥거리는 사람, 휠체어를 밀고 가며 열심히 묻는 사람, 시장바닥에 쭈그려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틀림없이 `광주드림’기자들일 게다.
작은 신문 `광주드림’에 담아 드리는 약속이다.
황풍년 hwpoong@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