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 술이 빠지면 그야말로 `별사탕 없는 뽀빠이’겠다.
그런데 정작 술을 기리는 축제는 지금까지 없었다. 전주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전통술축제가 4월30∼5월5일 엿새 동안 그 없는 자리를 채운다. 중심 판은 한옥마을 안에 있는 전주전통술박물관이다.
술쟁이들 눈 귀 코 입이 다 번쩍할 소식이라고만 생각하면 잘못된 계산이다. `전통술’이라는 축제 이름 한 모퉁이만 봐도 제법 진지하고 경건한 놀이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술 만드는 과정이 시연되고, 소줏고리 내리는 방법을 공부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술을 제대로 마시는 법을 가르쳐 주며, 술 마니아들을 위한 품평회도 열린다. 음주가 있으니 가무 또한 빠질 수 없다. 국악과 재즈가 만나는 `술의 향기 전통 공연’이 전주한옥생활체험관 다경루에서 열린다.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축제는 재미없다. 술 축제에 참여한다고 해서 꼭 술만 먹으라는 법은 없다. 가양주 담그기, 누룩 빚기, 술밥 먹기 등 `니 스스로 한번 해봐라’라는 뜻의 DIY(Do It Yourself) 행사 또한 마련되어 있다.
술은 음식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한다. 우리 술의 효능과 위대함을 자랑하려면 왜 그런지 알아야 할 것이다. 축제 전 기간 동안 `술의 향기를 찾아서’ 여행단이 꾸려지고, `술 과학체험차량’이 운행된다. 자랑을 위한 지식을 잘 익은 술 항아리처럼 발효시킬 수 있는 기회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술쟁이들은 `에이 우리들 낄 자리가 없군’ 탄식할지도 모르겠다. 모름지기 술판인데 쟁이들 주저앉을 자리 없으면 정상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술을 맛볼 수 있는 전통주막이 항시 문을 열고, 취흥에 겨워 목청 다듬고 싶으면 권주가 부르기 대회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호주머니 가벼운 쟁이들을 위해 무료 시음장도 열어 두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번 축제를 기웃거리면, 술에 관해서 `끝장’을 봐버릴 수 있다. 배우고 익히며 때때로 마시다 노래부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박경진 술축제조직위원장은 “이번 축제는 우리나라 모든 전통주가 한 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자리이자 새로운 형태의 산업축제”라며 “점점 잊혀져가고 밀려나는 우리 전통술의 맛과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술뿐만이 아니다. 술축제 앞뒤로 전주국제영화제(4월23~5월2일), 전주종이문화축제(5월1~9일), 풍남제(4월30~5월5일) 등이 걸쳐져 있다. 이번 주말은 이 모든 축제들을 `한 번엷 구경할 수 있는 기간이다. 주말의 선택, 머뭇거리지 말고, 가자, 전주로.
대한민국 전통술축제 홈페이지 www.twf.co.kr, 문의 063-287-0904
이정우 기자 arrt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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