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 속마음은 늙은이들이 잘 안다죠? 그래서 여러분 즐겁게 해 드릴려고 찾아왔습니다.”
6일 서구 호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어버이날 위안잔치!에 초청된 공연악단 단원들의 평균 나이는 65세. 마당에 둘러앉은 노인들 앞에서 올해로 일흔 둘인 이정규씨가 90도 각도로 고개 숙여 인사 하고 `일편단심 민들레’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이에 맞춰 단원들은 아코디언과 기타·키보드로 더욱 흥을 돋우었다.
“왜요? 나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노래 부르니까 이상하게 보여요? 여기 계시는 분들은 모두 훌륭한 자식을 기르신 여러분인 걸요. 존경할 분들이죠. 어르신들 위해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내 기분이 더 좋네요.”
이들이 바로 시니어클럽 소속 `실버 하모니 악단’. 이들의 열정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정년 퇴직한다고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 30년은 더 살텐데 집에 가만히 앉아서 떠주는 밥만 먹고 있으라고? 그럴 순 없지요. 허허”
시니어 클럽은 `광주·전남 노인의 전화’(대표 양철호)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노인과 퇴직자들에게 창업거리나 일자리를 제공하고 봉사활동을 연결해 주고 있다. 회원 자격은 65세 이상에게만 주어진다.
“더 젊을 때 오면 안 되지요. 인생을 덜 배우고 오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시니어 클럽은 평등 사회다. 이곳엔 `왕년에' 학교 교장, 회사원, 사업가, 주부 다양한 일을 했던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명함’들이 필요 없다. “늙으면 다 똑같아요. 건강하고 즐겁게 인생을 사는 게 중요하지.”
이들이 찾은 제2의 인생은 다름 아닌 봉사활동. 12명으로 구성된 하모니 악단은 빡빡한 공연 스케줄이 가장 큰 자랑거리다. “장애인들이 사는 곳, 정신병원, 노인복지회관 등 전라남·북도 곳곳에서 오라고 난리예요. 어버이날도 공연이 하나 있고, 5·18 기념행사 전야제 때는 도청 앞에서 노래 불러야 해요. 정말 바쁘죠.” 창단 3년째 접어들고 있는 이 악단은 1년 평균 100여 회 출장을 다닌다. 물론 공연비는 `무료’다.
“저희 공연을 즐겁게 봐 주시면 되요. 같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다 보면 힘든 줄 모르고 한 시간이 후딱 지나지요.”
음악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인생을 즐길 권리는 있다. 빵과 과자를 주문·생산하는 베이커리 운영, 결식아동 도시락, 어린이집 간식을 만드는 일, 병원·출장·재택간병 활동도 모두 시니어클럽 `인생선배’들의 몫이다.
“노인들을 대우해 주는 것은 편안한 시설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할 일을 주는 거예요.” 이들은 정부나 광주시가 노인들의 활동 공간을 더욱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더불어 더 큰 마음을 털어놓는다. “우리만 좋고 끝날 것 아니에요. 우리 자식들도 언젠가는 늙을 테니까. 자식들 위해서라도 늙은이들이 할 일 많아지면 좋지요.”
이지은 기자 jou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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