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조사 발표를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이다. 소비자 물가뿐 아니라 소비전망이며 기업경기지수 등 정부기관이 발표하는 통계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자신의 실제 생활과 통계조사 발표가 제대로 들어맞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직원들로부터 들은 통계조사의 뒷이야기는 왜 이같은 괴리가 존재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처럼 통계조사가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조사를 위해서 설정하는 표본지역 내 대상자들은 대부분 조사가 이뤄지는 낮시간대에 집을 비우고, 또 있다고 해도 자신의 신상정보를 밝히는 것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일부의 경우 이 자료가 다른 정부기관에 의해 이용돼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 실제와는 다른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계속되는 불경기 탓에 정부의 조사라면 무조건 배척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통계청 직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매달 각기 다른 통계조사를 해야 하는 직원들은 그 때 그때 기간이 되면 이 중 제대로 된 답변만을 골라 통계에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통계조사 자체가 부실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까지 가능하다. 이 통계들은 정부의 정책 입안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으니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조사, 특히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통계조사는 누구나 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자신의 처지를 떠나, 불편하다거나 개인 사생활 침해를 논하기 전에 통계가 갖는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통계를 통해 현실을 직시해야 그에 맞는 대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계조사 대상자들이 성실하게 답변한다면 현실과 통계조사와의 거리도 조금은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윤현석 기자 chadol@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