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오후 3시, 국립 5·18묘지. 수 많은 어린이들이 5·18묘지를 찾는다. 민지, 의범, 경환이도 엄마와 함께 했다. 아이들은 5·18 민중항쟁 추모탑 앞에서 무등산을 삼킬 듯한 진혼곡에 맞추어 묵념을 올린다. 땅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땡글땡글 그대로다. 묵념이 끝나니 한 송이 국화꽃 들고 묘지로 향한다. 발걸음 멈춘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묘비 앞에 국화 한 송이 공손히 내려 놓는다.
“처음 와 봤어. 5·18묘지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야. 일본과 북한과 싸우다가 돌아가신 분들이지.”
초등학교 6학년 민지는 의범이와 함께 5·18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운다.
“일본이 아니야!”라고 함께 온 의범이가 반문하자, 민지는 “그래! 북한이구나! 북한이지! 6·25때 분명 북한과 싸웠는데”라고 답한다. 5학년인 의범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우리 민족끼리 싸운 사람들이야!”라고 말한다.
“어떻게 알았어?”라고 민지가 묻자, 의범이는 “벽에 그려진 그림 보고 알았지”라고 말한다. 의범이는 또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싸운 것이야! 민주주의는 우리나라인데, 공산주의는 북한이야”라고 덧붙인다.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인 의범이의 말에 민지는 어떤 생각을 할까.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5·18묘지는 민주주의를 지킨 사람들이야. 5월18일, 1950년도야!”
한참 후에 경환이가 “아니야! 1980년도야”라고 말한다. “어떻게 알았어?” 민지와 의범이가 동시에 묻는다. “숙제하다가 인터넷으로 봤어.” 3학년인 경환이의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말에 민지와 의범이의 두 눈은 똥그래지고 만다.
그렇다. 5·18묘지는 어린이들의 운동장이다.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이 5월을 배우는 산 교육장이다. 어린이들의 대화에서 드러난 5월은, 5·18은 분명 혼란스럽다. 1980년 5·18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어떻게 진행됐는지, 묘지엔 어떤 분들이 안장되어 있는지,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어린이가 바라보는 5·18에는 우리 근·현대사가 함께 섞여 있다. 새삼 당혹스럽다. 5월이기 때문이다.
평화와 연대, 그리고 나눔의 공동체 정신을 온몸으로 표현했던 5월 정신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다.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어느 누구인들 모르겠는가.
하지만 희망과 미래의 역사인 5월을, 5·18을 우리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 흐르는 물로, 살아 있는 역사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 5·18묘지 구석구석을 살펴봐도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린이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꿈이고 미래다. 나라와 겨레의 유구한 역사를 면면이 이어나갈 희망이다. 아이들에게 5월을 제대로 가르치고 알려줘야 한다. 거기에 역사의 희망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