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사회단체보조금지원 조사 결과 보고가 있었던 지난 23일. 광산구의회 전양복 의장이 갑자기 회의 진행권을 부의장에게 넘기고 회의장을 나갔다. 뚜렷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이해 관계 때문에 조사 기간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는 게 후문이다.
전 의장뿐만 아니다. 조사특별위원회는 지난 한 달 동안 조사를 진행하면서 외부의 압력보다 ‘적당히 넘어가면 안되겠냐’는 동료 의원들의 은밀한 부탁이 더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의회 사무국장이 보고서 외부 유출을 우려해 임의적으로 찢어버렸던 해프닝 또한 ‘단독범행’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이번 조사는 의원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지난 5·31 선거 때 관변단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의원들 입장에선 이번 조사가 배신행위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의원들은 조사대상 단체에서 예전에 대표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제 살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조사 보고서 채택 마지막 순간까지 일부 의원들이 조사위를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번 사안이 얼마나 민감했는지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사위는 원칙대로 일을 진행했고, 조사 결과를 깨끗하게 공개했다. 다른 자치구에서 감히 건들지 못했던 성역을 무너뜨렸고, 한편으론 의원들 자신에게 경종이 되기도 했다. 아직 환수조치가 완전히 이뤄지고 관련 조례 개정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일단 용기있게 첫발을 내딛었다는 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의원들에게 겁내지 마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원망과 싫은 소리를 들을 테고, 앞으로는 조직 동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사회단체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는 순간 당신들의 지지자는 훨씬 많아질 것이다.
이지은 시민자치부 기자 jou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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