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의장뿐만 아니다. 조사특별위원회는 지난 한 달 동안 조사를 진행하면서 외부의 압력보다 ‘적당히 넘어가면 안되겠냐’는 동료 의원들의 은밀한 부탁이 더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의회 사무국장이 보고서 외부 유출을 우려해 임의적으로 찢어버렸던 해프닝 또한 ‘단독범행’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이번 조사는 의원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지난 5·31 선거 때 관변단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의원들 입장에선 이번 조사가 배신행위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의원들은 조사대상 단체에서 예전에 대표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제 살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조사 보고서 채택 마지막 순간까지 일부 의원들이 조사위를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번 사안이 얼마나 민감했는지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사위는 원칙대로 일을 진행했고, 조사 결과를 깨끗하게 공개했다. 다른 자치구에서 감히 건들지 못했던 성역을 무너뜨렸고, 한편으론 의원들 자신에게 경종이 되기도 했다. 아직 환수조치가 완전히 이뤄지고 관련 조례 개정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일단 용기있게 첫발을 내딛었다는 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의원들에게 겁내지 마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원망과 싫은 소리를 들을 테고, 앞으로는 조직 동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사회단체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는 순간 당신들의 지지자는 훨씬 많아질 것이다.
이지은 시민자치부 기자 jour@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