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현석 <시민자치부 기자>
계림동 시대를 접고 치평동 시대를 열며 들어선 광주시 신청사는 무려 1516억원을 들여 최첨단 건물로 지어졌다. 신청사는 초창기 간혹 빗물이 새거나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몸집이 너무 크다는 질책도 받았지만 어느새 광주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건축미도 돋보이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이 건물은 그러나 그 ‘웅장한’ 자태로 인해 서민들에게는 범접하기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어야만 했다.
그 신청사가 완공된 지 수년 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지난달 한미 FTA 반대 집회에 참가했던 일부 시위대에 의해 유리창이 깨지고 보도블록이 벗겨진 것. 한미 FTA로 직격탄을 맞게 될 노동자·농민들이 한 때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개개인이라면 다가서기 어려웠을 시청사에 분풀이를 한 것이다. 물론 그 과격한 행위 자체에 정당성을 줄 수 없으며 이는 시위에 참가했던 대다수도 인정하는 바다. 그날 시위대 일부에서도 ‘자제’를 외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청사가 ‘상처’를 입은 그 뒷날. 시는 폭력시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규탄 현수막을 걸고, 또 집회 주최단체를 형사고발했으며 급기야 ‘돈 없고 빽 없는’ 그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생존권을 울부짖는 그들의 ‘과격’에 ‘강경’으로 응수한 셈이다.
지난달 23일 오전 처참한 시청사를 바라보며 대부분의 시민들은 과격한 시위를 걱정하며 우려했었다.
하지만 시위대의 손목에 쇠고랑을 채우고 텅 빈 호주머니에 ‘채권 딱지’를 붙이는 해결책을 바라는 시민은 얼마나 있을까. 시가 ‘유감’과 ‘미안’을 표하는 시위대에게 시청사를 같이 청소하자고 했다면, 시위 단체들이 시에 또 한 번의 실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달했다면, 한미 FTA로 인한 지역민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면.
이 과격과 강경을 지켜보며 ‘만약’만 되풀이 되고 있다. chadol@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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