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영<문화중심부 기자>
 붕어빵이다. 23일 회장 선거를 앞둔 광주미술협회의 선거판을 보면 정치판과 똑같은 모습에 당혹감이 인다. 오히려 선거법의 저촉을 받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제어장치 없이 굴러가는 판국이, 일그러진 붕어빵이다.
 올해는 다섯 명이 후보로 등록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얼마 전에는 최초로 정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홍보리플렛과 똑같이 생긴 책자를 들춰보면, 하나같이 `화합과 신뢰’ `투명한 미협’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들의 행보는 구호 그대로일까. 일반 회원들의 표현을 빌리면 `전혀 아니올시다.’ 하루에도 20여 통씩 날아오는 홍보 문자메시지로 노이로제에 걸린다. 식사 하자고 자꾸 전화가 와 타지에 있다고 거짓말도 한다. 사실 대놓고 거절하기 어렵단다. 대부분 알고지내는 선배니까.
 미협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들에겐 회비 대납까지 해준다. 이같은 관행에 기대어 회비를 내지 않고 버티는 회원도 생긴다. 음습한 관행의 악순환이다. 예술의 거리에 나가기 무섭다고도 한다. 미술인들의 술자리에 후보가 나타나 술값을 치러주는 탓이다.
 인맥을 통한 특정후보 강요도 다반사다. 단순히 예술단체 수장뽑기가 아니라 출신학교나 계파간 세력 겨루기다. 선거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는 후문. 이쯤되면 예술단체답게 창의적이고 재미난 선거를 기대하는 건 너무 순진하다.
 “법 적용이 어려운 애매한 구석들을 십분활용한 난장판”이라는 한 미술인의 표현처럼, 인맥·학연·돈 등 일반 선거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여겨지는 전근대적 관행들이 되풀이되는 블랙홀이다.
 당선된 회장은 공약 실천에 힘쓸까. “실천은 무슨? 기대도 안해요. 미술인 복지니 미술계 화합이니, 선거 끝나면 입을 싹 씻어요. 앞으로 자기 것 챙기면 그만인데요 뭐.”
 한 미술인이 말하는 `자기 것’이란 게 만만치 않다. 미협회장이면 차후 시립미술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건물장식품 조성에서 이권을 챙길 수 있는 점 등등. 단일장르로는 광주에서 가장 회원수(유권자 1260명)가 많은 예술단체로서 수장직에 걸린 잿밥이 너무 커지다보니, 미술보다 `미술권력’에 공들인 사람만 살아남기 십상이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기억이라도 할까. 거대 예술단체의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공익적 진정성을 기대해본다. taorm@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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