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마디 괴성이 터져나왔다. 지난23일 오후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인화학교 장애학생들을 성폭력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들의 1차 심리가 막 시작했을 때였다. 이날 피고중에 청각장애인이 있어 심리를 위해 수화통역사가 배치됐는데 “방청객에게는 수화통역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재판장의 말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인화학교총동문회 청각장애인들이 일어나 항의한 것이다.
“수화통역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청각장애인들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우리를 바보로 아느냐.”
그럼에도 재판장은 “재판 진행을 방해하는 사람은 퇴장시키겠다”며 재판을 진행했다. 재차 항의하는 장애인 1명은 퇴장조치까지 받았다.
과연 이 사람이 재판 진행을 방해한 것일까.
인화학교 교직원에 의한 장애학생 성폭력 혐의가 밝혀지는 등 지금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는 수차례 법원에 수화통역사를 요구했었다. 그때마다 법원은 형사소송법을 들어 방청객을 위해 수화통역사를 배치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주장은 헌법과도 배치된다.
헌법 제109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되어 있다. 청각장애인들이 재판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것만이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내용을 `공개’한다고 할 수 있는가. `법 조항’을 그렇게 강조하는 사법부에 얘기할 것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이 “법원의 직권으로 또는 재판을 방청하는 청각장애인의 신청이 있을 경우, 청각장애인을 위해 재판에 관한 수화통역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놓은 상태다.
“법 위에 사람 있지, 사람 위에 법 있나”라는 말을 종종 한다. 굳이 각종 법을 들이대며 `수화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더라도 청각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같이 `들을 수 있도록’ 수화로 재판 진행과정을 설명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는 상식이다. s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