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정희<시민자치부 기자>
 평소 제2순환도로를 자주 이용한다. 항상 못마땅했던 것은 송암영업소 근처에 무수히 나뒹구는 영수증쓰레기들이었다.
 깔끔하게 청소하지 못한 영업소를 탓하기도 했다.
 “차량들이 쉼없이 오가는데 줍기도 위험해요.” 영업소서 터널입구까지 무수히 흩날리는 영수증들을 바라보면서 영업소 직원의 항변을 이해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부끄럽고 민망해>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과 혼란을 남 탓만 할 수 없다”는 것이 기획의도였다.
 송암영업소 영수증 쓰레기들도 `내탓이오’를 뒷받침하는 사례였다.
 한 장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누군가 먼저 버리기 시작하면 뒤따르는 운전자들이 `나도 버려도 되는구나’ 생각하고 마구 따라한다”는 것이 영업소 직원의 목격담이었다.
 버리는 이들의 `나 하나쯤이야’라는 의식을 바꾸지 못하면, 줍는 손이 백인들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필요없으면 (영수증을)받지 말라’는 보도(2월12일자 1면)가 나간 뒤 사정은 좀 나아졌을까?
 21일 송암영업소를 지나면서 상황을 물었더니, 직원은 기자를 반가워하며 “고맙다”를 연발했다.
 보도후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필요없으니 영수증을 주지말라”고 주문하는 운전자들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언론의 힘이 대단하다”며 부추기는 직원의 치사를 마냥 듣고 있자니 낯간지러워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보람이 없진 않았지만, 언론이 무슨 힘이 있어 시민들 행동거지를 좌우했으리오 싶다. 그저 잊고지냈던 의식을 일깨워줬을 뿐. 궁극적으로 결심하고 행동한 건 시민 아니겠는가. 올 한해 이런 시민의식이 성숙해지길 소망한다. 부끄럽고 민망한 일 좀 덜하게….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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