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중재<시민자치부 기자>
 일정한 수입을 가진 가정이라면 월급에 맞춰 한달 계획을 세운다.
 식품비, 교육비, 교통비, 아파트 관리비 등 반드시 지출해야 할 기본적 비용을 먼저 계산한 뒤 여윳돈이 있으면 미래를 위해 적금 같은 재테크에 투자하게 된다.
 남편이나 아내가 직장에서 우수사원으로 선정돼 상금을 받아 예상치 않았던 돈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대부분 가정에서는 빠듯한 살림살이로 인해 정말 쓰고 싶어도 쓰지 못했던 곳에 사용할 것이다. 큰 돈이 아닐지라도 가족들이 모여 아이 옷을 사줄 것인지, 부모님 용돈을 드릴 것인지 한번 정도 이야기는 나눌 것이다.
 서구청이 서구민의 노래를 제정하기 위해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네 가정 살림살이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듯 싶다.
 실효성 여부 때문에 그동안 만들지 않았던 구민의 노래를 뜬금없이 윗선의 지시로 제작 계획을 수립했다.
 구청측은 구의회에 예산 300만원을 책정해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3개월만에 1000여 만원이 더 필요하다며 추가예산을 요구했다. 누가 봐도 주먹구구식행정행위다. 고무줄처럼 늘어난 예산증액 요구에 의회는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자 꼼수가 나왔다. 지난 2월 정부로부터 혁신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받은 포상금 중 일부를 추가비용으로 대신한 것이다. 가욋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셈이다.
 구청에서는 포상금은 의회와 사전협의 없이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예산이 필요한 곳이라도 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형편 때문에 예산편성을 하지 못한 일이 부지기수일 터다. 이런 곳에 사용했다면 누가 딴지를 걸겠는가.
 땀흘린 노동의 대가로 받은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눈물을 머금고 짜낸 가계부와 주민들에게 거둬들인 세금을 쓰는 자치단체의 가계부 차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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