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금호타이어, 캐리어 등 지역 대기업 노동자들이 이례적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본의 일방적인 해외공장 증설, 생산물량 축소, 감원 등의 위기에 직면한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이 기자회견에 대해 경영자들로 구성된 협의회는 노동자들의 제조업 위기에 대한 대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되레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무분별한 파업”이라고 몰아부쳤다.
연례행사 파업, 무분별파업, 정치파업, 불법파업….
한미FTA 체결 저지를 위한 금속노조 파업에 대해 경영계, 언론이 쏟아내는 뭇매들이다.
지난 26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협력업체들이 기아자동차 노조 사무실로 몰려와 “협력업체 어려움만 가중시키는 파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또한 한미FTA 저지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했다.
경영자든, 대기업 노동자든, 중소기업 노동자든 다 똑같은 노동자이고 지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이들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생산라인을 중단하면서 파업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한미FTA를 통해 자동차 산업이 유리하다고 하는데 실제 관세 철폐율에서 보더라도 한국이 불리하다. 설사 경영자 측이 말하는 것처럼 자동차 산업이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한미FTA는 농민 등 서민들의 생존권을 팔아넘기는 협상이다. 우리만 살겠다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기아자동차 노조 한 관계자의 말이다.
기아차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생산라인 축소 등으로 인한 협력업체 타격”을 예측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당장 힘드니까 일은 해야 한다”고 했다. 사측이 물량감소에 대한 대책 제시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다.
`당장’ 내 일, 내 산업만 중요하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처사,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놓은 크나큰 병폐다. s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