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먼 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 / 다른 무언가 세상과는 먼 얘기// 구름 위로 올라가면 보일까 / 천사와 나팔 부는 아이들 // 왜 이래 나 이제 커버린 걸까 / 뭔가 잃어버린 기억// 이젠 나의 그 작은 소망과 / 꿈을 잃지 않기를 저 하늘 속에 속삭일래>

 보아가 부른 <아틀란티스 소녀>이다. 아틀란티스는 전설의 섬이다. 1만 년도 넘는 먼 옛날 바다 밑으로 사라져버린 신비한 섬이다. 지중해 그리스인들과도 교류했다는 미지의 섬이다. 멜로디는 참 경쾌한데 노랫말은 그냥 넘길 정도로 가볍지는 않다. 소녀가 잃어버렸다는 기억이란 도대체 뭘까? 소녀가 커버리기 전에 보았던 천사와 나팔 부는 아이들에 대한 기억은 아닐까? 작은 소망과 꿈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속삭임이 마음으로 느껴지는 노래다.

 아이들을 생각할 때 맨 먼저 떠오르는 건 가둘 수 없는 그들의 자유로움과 분방함이다. 그러나 철이 들면서 그 자유분방함은 자취를 감추고 만다. 아이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스르르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어느 닐 문득 그것을 기억해내고는 안타까워 하는 것이다. 신화 속에서처럼 자유롭게 상상하고 꿈을 꾸었던 때를 말이다.

 그리스신화에 헤르메스라는 신이 있다. 올림푸스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뽐내는 신이다. 그는 못 가는 곳이 없다. 제우스조차 꺼리는 지옥도 제 집처럼 드나든다. 촐랑거리며 안 끼는 데 없이 고개를 내밀고 모든 일에 참견한다. 가히 올림푸스의 마당발이라 부를 만하다. 이것이 겉으로 드러난 헤르메스의 모습이다. 하지만 헤르메스의 진가는 다른 곳에 있다.

 헤르메스는 길 떠나는 모든 자들의 수호신이다. 나그네와 목동, 상인이 헤르메스의 보호를 받는다. 헤르메스는 관계의 신이다. 쉴 새 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누군가를 만나고 전달한다. 매개하고 연결하고 소통한다. 헤르메스는 드러냄의 신이다. 하고자 하는 말은 거침없이 한다. 헤르메스의 촌철살인에는 아폴론의 이성적 사유도 맥을 못 쓴다.

 헤르메스가 상징하는 것은 경계없이 넘나들기다. 막힘없이 소통하기다. 자유롭게 상상하기다. 아이들은 헤르메스를 통해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힘을 얻는다. 누구와도 벽을 두지 않고 소통하는 힘을 얻는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힘을 얻는다.

 지금은 신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의 세상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신화 속에서는 거리낄 것도 없고 주저할 것도 없다.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난다. 투구를 쓰고 모습을 감춘다. 주문을 외면 마음먹은대로 이루어진다. 마법의 세상이다. 적어도 신화 속에서 아이들은 참 자유롭다.

 누가 아이들의 자유로움을 빼앗았을까? 누가 아이들의 날개를 꺾어버린 걸까? 신화 속에서 마음껏 날개를 펴고 날았던 아이들에게 헤르메스의 날개를 되돌려 주자. 나는 법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헤르메스의 에너지를 선물하자. 헤르메스의 날개를 가진 아이들은 행복하다.  김용균 <지혜의숲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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