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책 드는 습관이 중요…쉽게 지킬 수 있게 아이와 약속을

“책을 사줘도 컴퓨터 게임이나 하려고 하지 책은 펼쳐볼 생각도 안 해요.”
“하루에 50페이지 정도 읽으라고 강요하지만 제대로 읽는지 모르겠어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그중에서도 독서지도는 방학 때마다 찾아오는 고민거리다. 방학이라고 해서 책과 담을 쌓고 지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가까운 독서 학원을 보내자니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책 읽는 재미를 알려줄 수 있을까? 이번 여름방학은 여유를 갖고 무작정 공부만 강요하지 말고 독서지도 등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권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학교에서 줄곧 독서 지도를 해 온 북구 삼각초등학교 김희숙 교사는 “학부모들이 효과적인 독서 지도 요령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사가 말하는 초등학생 독서지도 방법을 알아보자.
김 교사는 “많은 학부모가 아이에게 독서 지도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좋은 책을 많이 읽혀야겠다는 의욕이 앞서 단순히 책 읽기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고 싶어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부모가 책 읽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
우선 아이 독서 수준을 파악해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독서 목록을 만들어 아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독서 계획을 세웠으면 자녀와 함께 좋은 책을 골라야 한다. 권장 도서 중심으로 책을 구입하되, 교과서에 수록된 책을 미리 읽으면 2학기 학습에 도움이 된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혼자 책을 고르기란 쉽지 않으므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하고, 도서관에도 같이 가라”고 제안했다.
1~2학년의 경우 엄마들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좋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은 글씨보다 그림을 보게 하고 나중에 글씨를 읽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상상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그림책을 많이 보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집에서 소리 내어 읽는(순독) 습관을 길러주고, 책을 읽은 후 독후화나 간단한 소감을 적도록 한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책을 읽었다는 표시와 함께 간단한 느낌을 기록하는 것이 독서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학 때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좋은 책을 골라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좋다. 김 교사는 “고학년 학생들이 독서를 싫어하는 이유는 긴 문장의 독후감 때문”이라며 “독후감을 강요하지 말고 읽은 책의 내용이나, 감동적인 느낌을 적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특히 “책을 구입하면 첫 장에 책을 산 동기나 날짜를 쓰게 하고, 다 읽고 난 다음 마지막 장에 간단한 소감과 3~4줄 정도 감동적인 구절을 쓰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부모가 아이에게 `네가 읽은 책 중에서 감동적인 글을 말해 보라’든지, 책을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과 토론하고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게 좋다”고 권했다.
고학년이라면 책 내용과 관련해 토론 주제를 정하고 가족이 함께 토론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또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에게 “너무 감동적이었지, ○○대목을 읽을 때 눈물이 나오더라. 너도 울었니?”라며 공감을 표시하는 것도 좋다.
김 교사는 “의욕만 앞서지 말고 가족끼리 하루에 20분간 책읽기를 약속하고, 지킨다면 아이들의 독서 습관은 자연스럽게 길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가장 큰 모델은 부모”라며 “최소한 10분이라도 책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책을 읽고 있는 부모를 보면서 책을 가까이 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가 목적이어야지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가족이 `독서 약속’을 지키고 아이 스스로 책 읽는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서 교육을 지나지게 강조하다 보면 아이들이 책 읽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느낌과 감상을 존중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