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한자교육 `열풍’

▲ 초등학교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광주향교에서 한자교육을 받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문제 쉬웠어.”

“다음 급수는 언제 봐?”

지난 21일 오후 3시 서구 풍암동 풍암초등학교. 한국한자검정능력회 주최 ‘제36회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이 끝나기 무섭게 교실이 시끄럽다. 교실에는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은 시험 내용을 주고 받았다.

7급 시험(한자 150자)을 본 이유창(10)군은 “독음(讀音)을 묻는 문제는 거의 풀었다”며 “작년에 한자를 시작했는데 기본적인 음과 뜻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한자교육 열풍이 거세다. 초등학교 때의 한자공부는 기본이고, 취학 전에 한자를 공부하는 어린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어문회가 주관한 ‘한자검정능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104만 명. 이 중 71만여 명(68%)이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였다.

한자교육 열풍의 진원지는 초등학교다. 한자가 정규과목으로 개설돼 있지 않은데도,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아침자습·재량활동·방과 후 활동 시간을 활용해 한자를 가르친다.

전교생에게 한자교육을 하는 광주 동초등학교에서는 학년별 한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3~4학년에게는 ‘재미나는 한자 공부’와 사자소학, 한자 급수제 교재를 활용한다. 5~6학년은 한자 독본 ‘한자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세상 이야기’ 교재로 한자를 가르친다. 이 학교는 개인별 ‘한자공부’ 쓰기학습장과 생활 일기를 쓸 때 한자를 혼용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김형욱 교사는 “아이들이 한자에 흥미를 느끼게 하면서 재미있게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며 “한자독본의 이야기를 읽고, 문장을 통해 한자 독음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상용한자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한자 독본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서부교육청도 지난 2005년부터 중학생들의 기초 한자교육을 위해 한자·한문 경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자 학습 붐을 타고 학습지·학원 시장도 덩달아 호황이다. 대기업에서 한자 시험을 보는데다 한자를 일찍 배우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한자를 배우면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김 교사는 “한자 교육은 어린학생들에게 우리의 전통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생활일기를 쓸 때 한자를 혼용해 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한자교육 어떻게 할까.

초등학생의 경우 600~700자만 배우면 충분하다. 그림을 통해 글자를 익히게 하는 것이 좋다. 한자 학습의 목표는 단순히 급수 시험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말 학습 측면에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장원한자 최민석 교사는 “무조건 암기하는 한자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한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자 학습의 요령과 한자를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학년의 경우 양을 줄이고 뜻을 자세히 설명해줘야 한다”면서 “한자 능력을 평가하는 급수보다는 한자공부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자녀를 둔 김남후(39)씨는 “아이가 한자를 배우면서 이해하는 정도가 빨라졌고, 암기력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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