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어지러워서 주저앉기도 했다. 고개는 자꾸 앞으로 떨구어졌고 손은 덜덜 떨렸다. 술에 취한 것이 아니었다. 빈혈증세도 아니었다.
그들은 쫓겨났다. 하루아침에 홈리스 신세가 되었다. 그들이 잘못을 한 건 별로 없었다. 먹지 말라는 걸 좀 먹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매몰차게 내쫓겨야만 했다.
그들은 머리가 돌았다는 소릴 들었다.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나쁜 길로 빠지게 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심지어 악마라는 말까지도 들었다. 그들은 단지 땅이 움직인다고 소리쳤을 뿐이었다.
그들은 누구일까? 여기서 그들은 각기 다르다. 다리가 후들거린 그들은 최초의 인간이다.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인간이다. 뭔가를 잘못 먹어 쫓겨난 그들은 아담과 이브다. 하느님이 먹지 말라고 경고했던 금단의 열매를 먹어버린, 하여 낙원에서 추방당한 최초의 인간이다. 혹세무민하는 사탄이라 불렸던 그들은 지동설론자들이다. 바위처럼 견고했던 천동설을 뒤집어 엎은 갈릴레이들이다.
각기 다른 그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무엇일까? 그들은 현재를 부정한 사람들이다. 인류가 자신의 현재를 의심하지 않았다면 세계의 주인으로 우뚝 서지 못했을 것이다. 두발걷기라는 혁명적 발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동과 출산이라는 고통을 지니게 되었지만 아담과 이브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인류역사에서 혁명은 항상 기존 체계의 강력한 저항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은 후대를 풍요롭게 하는 창조적 사고다.
마르셸 뒤샹이라는 예술가가 있다. 한 세기 전 그는 뉴욕의 앙데팡당전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한다. 그러자 온 뉴욕이 발칵 뒤집힌다. 예술의 순수성을 모독한 자라는 비난을 듣는다. 그는 남성용 입식소변기를 엎어서 그냥 사인만 한 채로 내놓았던 것이다. 제목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