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가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 곳 사람들에게는 특이한 버릇이 있었다. 손님을 앞에 두고서도 깜박 잠이 들어버리는데 혼자서는 절대 깨어나지 못한다. 시종이 옆에 서서 막대기로 툭 쳐야 정신을 차리곤 한다. 입을 치면 말하고 귀를 치면 듣고 눈을 치면 눈을 뜨고 보는 식이다. 가장 기초적인 인식조차도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되는 주인들이다. `바다가 전설의 아틀란티스를 삼켜버린 날 밤, 물에 빠져 죽어가던 자들이 그들의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고 있었다’는 브레히트의 싯귀절을 연상하게 하는 이야기다.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들에 대한 질타가 이보다 더 통렬할 수 있을까?

 우리 고전 《별주부전》에서 토끼의 간을 간절하게 원했던 용왕의 병은 무엇 때문이었던가? 호화찬란한 용궁을 지어 놓고 날마다 산해진미로 잔치를 벌이다 걸린 병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병은 용왕 자신이나 그를 보좌하는 무리 중 누구도 고칠 능력이 없다. 토끼만이 용왕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묘약을 갖고 있을 뿐이다. 토끼의 간은 건강한 민중성을 상징한다.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주체만이 유일한 약손인 것이다. 부패하고 무능력한 권력은 스스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나약하다.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흔히 겪는 일이 있다. 수업준비를 해 온 녀석들의 발표를 듣고 주장의 근거를 물으면 `네이버 지식검색’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지식을 구하는 길이야 책이든 인터넷이든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견해에 동의한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있다. 인터넷 자료에 대한 아이들의 맹신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검증된 학술적 자료보다는 즉흥적이고 가볍게 올려 놓은 것들에 대한 분별력을 아이들은 갖고 있지 못하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제시한 당당한 근거가 논리적인 체계를 갖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가 그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네이버는 신이다. 하나의 문화적 코드를 넘어서는 신앙이다. 신이 무언가? 세계에 대한 인식능력이 부재했던 시대의 산물이 아닌가? 지식과 정보에 대한 비주체적 태도는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무디게 만든다.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숙제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관우나 최영 장군의 영정 앞에서 신탁을 받는 무당의 모습이 동시에 떠오르는 건 지나친 상상일까?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지식과 정보에 주체적으로 접근할까?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질문법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일반적으로 과제를 제시할 때 사실에 대한 정보를 묻는 질문들이 많다. 이러한 질문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주어진 정보들을 분석해서 추론할 수 있는 질문이 필요하다. 인터넷 자료를 클릭하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추론을 통한 문제해결을 유도하는 질문은 처음에는 당혹감을 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이러한 질문에 흥미를 갖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주체적인 태도를 취한다. 문제해결능력의 핵심은 주체성이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미래사회의 주인은 주체성 강한 아이들이지 점술가가 아니다.  김용균 <지혜의숲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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