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해윤<교육인권팀 기자>

광주는 총체적 위기에 부딪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총체적 위기가 드러났다. 위기의 징후들은 늘 있었다. 감지하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우리와 반인권·반문화적인 권력들이 위기의 징후였다. 누구의 통탄처럼 5·18정신은 대리석에 묻혔고, 문화중심도시는 각종 ‘사업’에 묻혔다. ‘민주인권의 도시’라는 자부심도 ‘문화중심도시’라는 타이틀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광주시가 놀이패 ‘신명’의 공연을 불허한 사건과 미디어센터가 인권영화제의 ‘슬로건(비정규직 필살기)’을 문제 삼은 사건은 현재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힘들게 만들어온 시민사회의 성과들이 ‘권력’에 의해 접수됐다. 관료화됐다. 5·18기념문화센터는 80년 5월 많은 이들이 흘렸던 피로 세워졌다. 지금의 5·18기념센터의 모습은 광주시민의 것이 아니다. 그저 대관 업무(공연 내용으로 대관을 불허했으니 그것 마저도 잘하는 것 같진 않다)를 하는 ‘건물’일 뿐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 신명의 공연을 ‘감시’하는 행태는 ‘관료’들이 시민이 만들어 놓은 가치와 원칙을 배신하는 행위다. 미디어센터는 어떠한가. 주류 언론이 입맛대로 ‘여론’을 만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궈놓은 성과물이다. 누구나 말 할 수 있고 생각을 알릴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기관이다. 더구나 인권영화제가 어떤 영화제인가. 노동자·농민·여성·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 카메라를 들이민 작품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통로 아닌가. 미디어센터는 오히려 인권영화제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도록 통로를 넓혀줬어야 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광주의 시선은 어떤가.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고 있는가. 어느 단체에서 ‘국가폭력에 저항한 5·18민중항쟁 이후 한국사회에서 어떤 문화적 반응과 변화가 있었는가’를 주제로 포럼을 진행했다고 한다. 포럼의 답은 현재 여기 있다. 국가폭력을 다룬 공연예술이 ‘관’에 의해 탄압받고, 표현의 자유는 침해당하고, 여성 노동자들은 내몰린다. 위기다.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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