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 민감한 문제라 대체로 공공기관들은 그런 식으로 행동을 못하는데 잘못 아신 거 아닙니까?”
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시민’이 시청 직원들에 의해 사지가 들린 채 쫓겨난 사건과 관련해서 서울의 한 변호사와 통화를 했다. 그 변호사는 아무래도 믿기 어렵다는 눈치였다. 믿기 힘든 일이 광주에선 수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의 집 앞마당에 와서 왜 이런 걸 하냐고” “누구 허락 받았어” “카메라 치워 찍지마” “시민도 시민 나름이지”
1인 시위가 있었던 날이면 늘 이런 풍경이다. 1인 시위자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30~40명의 시청 직원들이 나타나 1인 시위자를 에워싼다. 시청은 ‘남의 집’이고 ‘1등 시민’만 시민이다. ‘공공성’은 실종됐고 ‘상식’마저도 실종됐다. 이런 식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증언대회가 지난 20일 전남대 사회대에서 있었다. 가만 들어보니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내 이야기 좀 들어주라”고 외치던 이들은 모두 ‘명예훼손’ ‘업무방해’ ‘퇴거불응’ ‘주거침입’으로 광주시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했다. 광주시를 비판하는 공연을 하려던 문예단체는 공연장을 찾지 못해 거리를 떠돈다.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한다. 약한 자들의 권리인 ‘인권’은 시청사 앞에서 짓밟힌다.
그럼에도 광주시는 대담하게도 ‘민주’‘인권’이라는 이미지로 끊임없이 자신을 포장한다. 하계 유니버시아드 유치에 나선 광주시장은 “민주·인권·평화를 지향한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인권 관련 행사들을 개최한다. 시장은 국제평화상 같은 것들을 받는다. 그러니 ‘민주 인권의 도시’란다.
주객이 전도됐다. 민주 인권의 가치는 위로부터 만들어진 가치가 아니다. 광주에 새겨진 ‘민주 인권의 도시’는 80년 오월 군부독재에 ‘할 말 하겠다’는 민중들의 희생을 통해 얻은 것이다. ‘민주 인권’을 자신의 이미지로 포장하면서 ‘할 말’을 막는 광주시. 오만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nab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