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광주는 딴세상이었다.
한 곳에서는 촛불을 들었고 한 곳에서는 술잔을 부딪쳤다.
금남로에서는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거대한 촛불을 만들었다. 비슷한 시각, 하계 U대회 유치를 위해 시민철야 응원전이 열린 광주시청 앞 문화광장에서는 공무원들이 술잔을 들었다.
금남로에는 이명박 정부의 ‘막가파식’ 국정에 분노한 시민들의 울분이 자리했지만 시청 앞은 ‘주말 동원’이 미안해서인지 술과 음식이 한자리를 차지했다. 한쪽에서는 분노의 함성이 거리를 가득채웠지만 다른 쪽에서는 마지 못해 자리를 지키는 이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술판’이 벌어졌다.
지난달 31일부터 1일 새벽까지 광주의 모습은 그렇게 달랐다.
금남로 일대의 촛불 인파와 그 뜨거움은 87년 6월 항쟁의 그모습 그대로였다.
그때는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넥타이부대의 ‘투쟁’이 거리를 뒤덮었다면 이번에는 그 자리를 촛불과 어린 학생들의 “우리는 광우병이 싫어요”라는 외침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날 밤 시청 앞 광장의 모습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광주시는 시민철야 응원전을 펼친다며 시 본청은 물론 산하기관 공무원까지 대거 동원했다. 참석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출석부까지 만들었으니 당사자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냥 익숙해져 아무말도 하지 않는 걸까.
U대회 유치에 실패하자 ‘속시원하다’는 공무원의 말과 눈물을 흘렸던 시민들의 모습이 스쳐간다.
촛불과 술잔이 교차한 주말 광주의 밤. 누구에게 아름다운 밤이었을까. being@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