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배<자치부 기자>

“길을 터주세요.”

초등학생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동림주공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가 완전히 막힌 지난 16일. 빛고을 초등학교 아이들은 한동안 철제 담장을 흔들며 애원했다. “담장을 철거해 주세요.” 1단지와 2단지 아이들 모두 함께 철제 담장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10여 분간 흔들며 `길을 터달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한 명씩 담장을 넘었다. 키보다 높은 담장을 위험스럽게 넘는 모습은 씁쓸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2단지 주민들에게는 이마저도 못마땅했나보다. 이를 지켜보던 2단지 한 주민은 소리를 지르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1단지에서 아이들까지 동원해서 담장 철거하라고 하네.”

동림주공 2단지 주민들의 행동은 아무리 객관적·중립적으로 보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논리적·법적 근거 역시 빈약하다. 도의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 사람이 사는 동네에 사람이 다니는 길을 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단지 주민들 중에도 `담장 설캄를 비난하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장 설치를 강행한 것은 논리보다 `감정’적인 이유가 크다. 어차피 뭇매 맞고 욕먹는 것, 이제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2단지 한 주민은 “자존심 싸움으로 변했다”며 “물러설 수 없다는 게 입주자대표회의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존심’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세워지는 게 아니다.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아는 게 자존감을 세우는 일이다.

우려되는 것은 어린 아이들이다. 혹시 어른들의 담장 싸움으로 1단지와 2단지 아이들 사이가 서먹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뇨. 우리는 친해요. 1단지, 2단지 친구들 많고 친하게 지내는데 왜 불편하게 막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아이들 마음에 담장이 쳐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nofate@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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