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겁부터 났다. 초등학생이 성적저하를 이유로 목숨을 끊었다는데 남 일이 아니었다. 내 아이도 초등학교 2학년, 가끔 잠든 녀석의 얼굴을 들여다볼 때 생의 고달픔 같은 것이 느껴진다. 녀석이 짊어진 짐은 9세 아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란 걸 알지만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어쩔 수 없음이 항상 미안했다.

아들의 일과는 나보다 훨씬 바쁘다. 더 먼저 일어나고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네 군데 학원을 돈다. 돌아오면 6시 무렵, 밥 먹고 세 시간 정도 숙제를 하면 자야 할 시간이다. 언제였던가, 그런 아들이 안쓰러워 물었다. “아들, 힘들지?” 녀석의 되받는 말이 정말로 다른 세상에서 들려온 것처럼 서늘했다. “그럼, 아빠 같으면 안 힘들겠어?”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집사람의 말처럼 남들 다 하는데, 내 자식만 안 시킬 수도 없다. 이 나라에서 교육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가장 넓거나 가장 좁은 통로다.

교육에 관한 어떤 사건들을 취재할 때면 거대한 벽 하나를 만나게 된다. 학부모들의 두 얼굴이다. 양날의 칼과 같은데 이쪽 면에는 합리적인 가치가 있지만 다른 한 면에는 내 자식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숨어있다. 자기 안의 보수가 가장 극심하게 드러나는 판이 교육현장이다.

초등학교까지 과잉 경쟁 속으로 접어들게 만든 지필고사는 사실 일선 학교보다 학부모들의 요구로 실시됐다고 보는 게 옳다. 아이의 수준을 알고 싶고, 교사에게 전화해 어떻게든 성적을 알아내고, 뒤쳐진 성적을 높이기 위해 아이를 학원으로 내모는 주체는 이 땅의 ‘엄마’들이다. 물론 일차적 책임은 경쟁의 교육을 강조한 정책에 있다. 그러나 자식의 고달픔을 안쓰러워하면서도 오직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정책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부모들도 절반의 책임을 안고 있다. 당신이 변하지 않으면 당신이 당신의 자식을 죽일 수도 있다.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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