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지역 근대 건축물 중 한 곳인 수피아여중 구관 건물이 헐린다. 내부공사에 이어 본격적인 외관 철거가 진행중이다. 전통문화유산을 아끼는 많은 이들은 이 건물이 없어질 경우 후대에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철거를 막았다. 하지만 그런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법인은 교사 증축을 이유로 건물 헐기를 강행하고 있다.
수피아여중 문제가 불거진 것은 2주 전 한 교사가 광주시 누리집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근대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달라는 절박함이 담긴 글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글은 사라졌다. 교사와 전화 통화도 두 번 다시 이뤄지지 못했다.
아마 글을 올린 교사에 이런저런 압력(?)이 있었던 듯 싶다. 취재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보인 반응을 보면 얼추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먼저 학교 측. “(이미 몇 군데서 항의 내지 문의가 왔던 것으로 보인다)왜 내부문제를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다 끝난 일이니 글을 올린 쪽에 물어봐라.” 문제의 핵심과는 비켜 선 답변이다.
문화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광주시는 더 기막혔다. “등록문화재 지정은 해당 소유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 아마 학교 안에서 해결이 안되니까 시에 글을 올린 것 같다.” 화살을 학교 내부로 돌렸다. 문화재적 가치 여부를 따지기보다 현실적 핑계만 둘러댔다. 보존 방안 찾기는 아예 의지도 없어 보였다. 수피아여학교는 광주시가 추진하는 광주 남구 양림동 일원의 역사문화마을사업지구 중 한 곳이다. 이 사업을 추켜든 해당 부서는 “문화재 등록은 소관 밖”이라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건물 소유주의 의식이나 책임만을 탓할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담당 공무원이든 학교 당국자든 취재기자든 모두 전통이 창연하게 살아 있는 건축물을 철거토록 한 방관자며 ‘후대에 부끄러운 일’을 저지른 공범자다. 더욱이 절차나 문서 등에 얽매여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무소신은 아쉬움이 크다. shi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