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벌어진 오월단체들 간의 험악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담했다. 이 날 오후 2시부터 별관 앞마당엔 ‘전운’이 감돌았다. 별관의 보존과 철거에 대한 오월단체간 이견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현장의 상황은 ‘어쩌다 이지경까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했다.

오후 8시 쯤 구속자 회원 100여 명이 별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쪽 팔엔 ‘진행’이라 새긴 노란 완장을 차고, 손에는 공사장에서 쓰는 코팅장갑을 꼈다.

그 사이 유족회와 부상자회, 그리고 진보연대 관계자 등 100여 명은 별관 안에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배치된 경찰만 아니라면 철거민과 철거반원들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5·18 29주년기념행사를 힘 합쳐 준비해야 할 오월단체 회원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구속자회원들은 “정수만(오월유족회장) 나와라, 대화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이들의 목적은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농성장 철거’임이 분명했고, 이들이 선택한 대화방식은 ‘몸싸움’이었다. 현장에 난무한 욕설 속에 ‘5월 동지’는 없었다.

경찰의 개입에 대해 구속자회원들은 “오월단체 내부 문제니 나서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도청 별관 문제가 그렇듯, 이날 상황은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30여 분간 서너 차례에 걸쳐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뒤, 구속자회원들은 물러났다.

그리고 30분 뒤 양희승 구속자회장이 다시 별관 앞에 나타났다. 그가 ‘철거시도 종료’를 선언한 뒤, 경찰들에게 남긴 말에 가슴이 더욱 먹먹해졌다.

“자네들이 오늘은 우리를 막았지만, 5월이 끝나면 지금 도청 별관 안에 있는 유족회·부상자회 어른들을 막게 될 거네.”

이광재 <자치부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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