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전남도청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합동분향소에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땡볕을 마다않고 줄지어 선 남녀노소의 행렬을 보며 “참 선(善)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본다. 일부러 시간 쪼개고, 와서 눈물 흘리며, 자원봉사에 추모글 남기기까지.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본래의 진실하고 선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대통령으로서의 공과에 대한 이견은 있어도 `인간 노무현’으로서의 매력에 대해 이견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그의 서거에 대해 누군가는 “승부사 노무현이 마지막까지도 삶을 걸고 승부수를 띄웠다”고 한다. 그리고 “개혁세력의 집결 계기가 되고 있다”거나 “검찰과 여당이 역풍을 우려한다”는 등 향후 정치권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우는 이들도 있다.
황당한 악담도 없지 않다. 조갑제 같은 일부 보수정객은 `서거’라는 표현조차 맘에 안든다고 딴죽을 걸고 나선다. 그들은 상고 출신에 심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서민적 대통령의 등장부터 불편해했고, 재임기간은 물론 퇴임 후까지도 그를 물어뜯는데 이상하리만치 집착했다.
정치인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하는 데 익숙하다보니, 사람 자체를 바라보는 눈이 흐려져버린 건 아닐까. 적어도 인간 노무현이 온 삶을 던져 남기려던 메시지는 정치공학이나 감정적 차원의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 것 같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말한다. `부끄러움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민주주의의 가캄를 되새기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곱씹는다. 헛똑똑이들의 책상머리 촌평보다 훨씬 사람 냄새 나고 근원적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 부와 성공만을 쫓아가는 세상, 그리고 인간의 존엄이 너무도 손쉽게 취급 되는 세상에 대해, `인간 노무현’이 생을 걸고 던진 메시지가 아닐까. jajuy@gjdream.com
